앉은 자세에서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가자미근 푸시업’을 하면 혈중 포도당과 지방 대사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앉은 자세로 보낸다. 이에 따라 줄어든 활동량은 체내 에너지 대사를 떨어뜨려 비만, 당뇨 등의 위험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
좌식 생활을 하면서도 대사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휴스턴대 연구진이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큰 좌식 운동법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앉아 있는 동안 발뒤꿈치를 들어올리는 까치발 운동을 반복하면 탄수화물과 지방 대사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운동을 ‘가자미근 푸시업’(soleus pushup)이라고 명명했다.
우리 몸에 있는 근육은 총 6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종아리(또는 장딴지)에는 크게 2개의 근육이 있다. 하나는 장딴지근(비복근), 다른 하나는 가자미근(비장근, 넙치근)이다. 무릎 뒤쪽에서 겉으로 불룩하게 두 갈래로 튀어나온 것이 장딴지근, 그 안쪽에서 발목까지 이어져 있는 넓적한 근육이 가자미근이다.
가자미근은 하지의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제2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선 자세에서 발뒤꿈치를 들면 비복근에, 앉은 자세에서 발뒤꿈치를 들면 가자미근에 힘이 많이 간다.
무릎 뒤쪽엔 두 가지 근육이 있다. 하나는 장딴지근(비복근), 다른 하나는 가자미근(넙치근, 비장근)이다. 두산백과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가자미근 푸시업’이 체내 산화 대사율을 높여 운동이나 체중 감량 요법, 간헐적 단식 등 널리 알려진 방법들보다 혈당 조절에 더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화 대사란 산소를 이용해 혈중 포도당이나 지방 같은 대사산물을 태우는 것을 말한다.
연구를 이끈 마크 해밀턴 교수는 “가자미근이 이런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가자미근을 제대로 사용하면 산화 대사 활동을 몇시간 동안 계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근육 운동을 할 때는 곧바로 꺼내 쓸 수 있는 간이나 근육세포 속의 글리코겐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쓴다. 그러나 가자미근은 글리코겐 대신 혈중 포도당과 지방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가자미근 푸시업은 비활성화 상태에 있는 이 근육을 사용해 대사 산물을 태워 없애는 방식이다. 해밀턴 교수는 “글리코겐에 의존하는 근육운동은 체내 저장량이 적어 금방 한계에 다다르지만, 가자미근은 글리코겐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장시간 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남녀, 노소, 체질량지수, 좌식생활 시간 등 각기 특성이 다른 15명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포도당 음료를 마시게 한 뒤 3시간 동안 가자미근 푸시업을 하도록 했다. 이어 조직 생검 등을 통해 효과를 측정한 결과, 참가자들의 식후 혈당 수치 변동 폭은 52%, 인슐린 필요량은 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미근 운동은 또 식사와 식사 사이의 공복 시간 중 지방 대사율을 두 배로 높였다. 이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는 혈중 지방(VLDL 트리글리세리드)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냈다.
참가자들은 중간중간 잠깐씩 휴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장시간의 운동에도 근육통이나 관절통, 근육 경련 같은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고 피로감을 호소하지도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이 ‘가자미근 푸시업’을 하고 있다. 휴스턴대 제공
그렇다면 가자미 푸시업은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두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발바닥 전체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이때 발뒤꿈치는 무릎보다 뒤쪽에 있도록 한다. 이어 이 위치에서 발뒤꿈치를 쭉 들어 올렸다가 잠시후 천천히 내린다. 이런 식으로 운동을 반복하면 된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방법은 새로운 신체 단련이나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라 가자미근의 특성을 이용한 생리학적 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운동 대체 요법이라기보다는 노화와 관련한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보조적인 도구라는 얘기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 몸의 근육은 질량이 20~30kg으로 체질량 기준으로는 가장 큰 조직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을 땐 식후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산화 대사에 기여하는 몫이 15%밖에 되지 않는다. 해밀턴 교수는 “그러나 체중의 1%에 불과한 가자미근에 푸시업 운동을 해주면 탄수화물 산화 대사를 손쉽게 두배, 때로는 세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밴드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일정 시간이 되면 몸을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준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연구는 이럴 때 ‘가자미근 푸시업’이 최소한의 노력으로 혈중 포도당과 지방을 태우는 저비용-고효율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해밀턴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 정도로 산화 대사를 높여주는 의약품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