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묘사된 남동부 유럽 수렵채집민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고대 유럽의 수렵채집민들은 ‘마지막 최대 빙하기(LGM)’가 절정에 이르던 때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마지막 최대 빙하기’는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이 빙하로 뒤덮었던 시기로 인간이 살기 혹독했던 환경이었다. 이 시기를 전후해 살았던 고대 인류에 대한 정보가 3월 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연구는 빙하기 시기 집단적 이동의 양상을 비롯한 선사시대 유럽의 인구 역학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3만5천년에서 4천년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 살았던 356명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포함해 비교적 따뜻한 유럽 지역으로 이동한 일부 개체군은 살아 남았고, 이탈리아 반도로 이동한 다른 개체군은 멸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나온 유럽 수렵채집민들의 게놈 데이터 중 가장 방대하다”고 연구의 주요 저자이자 독일 튀빙겐 대학교 고유전학자 코시모 포스가 말했다. 중국 북경 대학의 고생물학자이자 연구의 공동 저자인 허유는 “이번 연구는 인간이 어떻게 빙하기에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식을 새롭게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서부에서 발견된 1만4천년된 두개골. Jürgen Vogel/LVR-LandesMuseum Bonn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최소 4만5천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했다. 당시 유럽의 원주민이었던 네안데르탈인들은 이주해 온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하며 유전적으로도 교류했지만 멸종했다. 수렵채집민들은 다양한 무리로 분화되어 유럽을 활보했고, 매머드, 코뿔소, 순록 등 포유류들을 사냥하거나 식용 식물을 채집하며 생활했다.
하지만 혹독한 ‘마지막 최대 빙하기’가 찾아왔고 이들은 살기 위해 떠나야 했다. 연구팀은 이 시기 살아남은 이들이 프랑스와 이베리아 반도 일부 지역으로 피난한 수렵채집민임을 발견했다. 주요 피난지였을 것으로 여겨졌던 이탈리아 반도로 이동한 모든 사람들은 멸종했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사람들이 멸종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 소장 요하네스 카라우제가 말했다.
연구는 1만9천년 전 발칸 반도에서 온 수렵채집민들이 이탈리아 반도에서 다시 살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거주 지역은 점차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약 1만4천년에서 1만3천년 사이 기후는 점점 따뜻해졌고 유럽 대부분의 지역은 오늘날과 유사한 숲의 모습으로 변해왔다”고 연구의 공동저자 허유가 밝혔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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