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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수소 10%만 추출해도 수천년 소비량…미국이 뛰어들었다

등록 2023-09-12 09:30수정 2023-09-12 13:13

땅속 수소 생산·추출기술 연구에 정부 돈 지원
미국 네브라스카주 내추럴하이드로젠에너지의 천연수소 시추장비. Natural Hydrogen Energy/사이언스
미국 네브라스카주 내추럴하이드로젠에너지의 천연수소 시추장비. Natural Hydrogen Energy/사이언스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청정 에너지원 후보로 천연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천연수소 채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기세다.

미국 에너지부 연구기관인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ARPA-E)은 최근 “땅속에서 자연적으로 생성, 축적되는 수소 매장지 발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땅속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추출하는 기술 연구에 2천만달러(27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천연수소 부문에 정부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설립된 이 기관은 미국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고위험, 고수익의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거나 대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가공 처리하거나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다. 그러나 천연수소는 이런 산업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자연에서 천연수소를 뽑아 쓸 수 있다면 운송이나 제철 같은 중공업 중공업 분야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미국이 이 부문에 정부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잠재적으로 산업의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데 충분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2년 10월 미국지질학회 연례회의에서, 석유산업에 적용한 모델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지구 지각에는 수조톤의 수소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중 10%만 사용해도 현재 소비량을 전제로 수천년 동안 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질조사국은 장기적으로 천연수소의 생성량이 연간 수억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고등연구계획국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수소만으로도 미국 에너지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화학반응을 자극하는 공정을 이용하면 훨씬 더 많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는 미국 콜로라도광업대의 리야오궈(지구물리학) 교수는 “전 세계에서 이러한 성격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로는 가장 큰 규모일 것”이라며 “너무 새로운 분야여서 다른 많은 기관과 국가에서도 이제 막 눈을 뜨고 있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천연수소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지구화학자 제프 엘리스 연구원(지구화학)은 ‘사이언스’에 “거의 제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천연수소가 누출되면서 생긴 원형 함몰부(페어리 서클).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프리카 말리, 서호주 노스퍼스분지, 미국 캐롤라이나, 러시아 중앙부, 프랑스 남지롱드, 브라질 사웅프란치스코분지. China Geology(https://doi.org/10.31035/cg2022046)
천연수소가 누출되면서 생긴 원형 함몰부(페어리 서클).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프리카 말리, 서호주 노스퍼스분지, 미국 캐롤라이나, 러시아 중앙부, 프랑스 남지롱드, 브라질 사웅프란치스코분지. China Geology(https://doi.org/10.31035/cg2022046)

석유기업들도 천연수소에 눈돌리기 시작

지질학계에선 오랜 기간 천연수소의 존재를 부정하고 수소는 물이나 유기화합물 형태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천연수소의 존재가 주목을 끌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아프리카 말리의 한 마을에서 대규모 수소전이 발견되고나서부터다. 말리에선 2014년부터 천연수소를 생산하는 유정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프랑스에서 매장량이 수천만톤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매장후보지가 발견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천연수소를 발견했다는 기록이 수백개에 이른다.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은 비교적 생성연대가 짧은 퇴적암 분지를 탐사하지만, 수소 탐사업계는 이보다 훨씬 오래 전에 생성된, 철 함량이 풍부한 대륙 안쪽의 단단한 암석을 탐사한다.

연구 지원 프로그램의 초점은 물이 고온, 고압에서 철이 풍부한 암석을 만날 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사문석화라고 불리는 이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수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철이 물 분자로부터 산소 원자를 빼앗고 수소를 방출한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할 계획인 콜로라도 볼더대의 알렉시스 템플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천연 촉매제로는 자철광이 있으며, 일부 심해 미생물도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류에 민감한 민간 부문에서도 천연수소 탐사와 관련한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천연수소 개발기업 콜로마가 빌 게이츠가 이끄는 에너지부문 벤처캐피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등으로부터 91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주요 석유 회사들도 서서히 천연수소 개발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콜로라도광업대는 9월 중 비피(BP), 셰브론 등의 석유 기업으로 수백만달러를 지원받아 천연수소 연구 컨소시엄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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