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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출연연협의회 “출연연구기관 타율적 밀실 구조개혁 안돼”

등록 2008-06-11 22:11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과학기술계 전문가들과 김영선·이상민 의원 등이 ‘국가 연구개발 전략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정체성’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과학기술계 전문가들과 김영선·이상민 의원 등이 ‘국가 연구개발 전략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정체성’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출연연협의회 정책토론회
“정부코드 상관없이 연구개발 방향 정립해야”
연구자들 불신 쏟아내…변화 필요성에는 공감

‘도마 위의 생선?’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의 신세가 바로 이렇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연연이 (구조개혁의) 도마에 올라 요리됐지만 그렇다고 요리가 성공한 적도 없습니다. 2008년 다시 어찌 요리될지 기다리는 신세죠.”

박사 연구자 2천명이 모인 단체 ‘출연연구기관연구발전협의회’ 회장인 조성재 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연연 구조개혁 추진에 대한 현장 연구자들의 우려를 이렇게 전했다. 토론회의 대표 발제를 맡은 그는 “국가 연구개발(R&D) 전략에서 출연연이 대학과 기업 연구소와 달리 어떤 구실을 해야 할지 정부가 분명히 제시하지도 않은 채 지금처럼 구조개혁을 추진하면 현장 연구자들의 공감과 참여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이 주도한 이날 토론회엔 대덕연구단지 연구자들 150여명이 대거 참석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불만과 불신을 비교적 솔직히 드러냈다. 이공계 출연연은 현재 모두 26곳으로, 정규직 직원 1만명, 예산 2조8천억원 규모다.

■ “밀실개혁·밀어붙이기는 안 돼” 토론회에선 현 정부에 과학기술 정책의 ‘철학’이 없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대부분 참석자들은 “정부가 구상하는 국가 연구개발의 전략과 정책이 무엇인지 ‘큰그림’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론자인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구조개혁 정책이 어디서 결정되는지도 모른 채 진행되는 것은 밀실주의이고 비민주주의이며 폐쇄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와, 연구자들의 불만 수위를 보여주었다. 원미숙 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은 “출연연에 최대한의 자율 운영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최근 정부의 기관장 일괄 사표 요구를 꼬집었다.

자유토론에서 화학연구원의 한 연구자는 “출연연 연구자를 손쉽게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건 대학 교수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기 때문이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천문연구원의 한 연구자는 “출연연 기관장들이 철학을 가지고 코드와 관계없이 연구개발의 방향을 잡아 주어야 하는데, 지금 여러 연구기관들에선 일괄 사표 제출로 선장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연구원은 “출연연의 연구성과 평가가 잘못됐다”며 평가체계부터 제대로 갖추라고 정부 쪽에 요구했다.

■ “출연연의 구실이 흔들린다” 출연연 구실이 모호해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연구자들도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1966년대 첫 국가연구소가 생긴 이래 출연연은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을 이끄는 주체로 성장했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민간의 연구개발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출연연만의 고유한 구실이 흐려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구조개혁 논란이 등장해 ‘출연연 개편 5년 주기설’이란 말까지 유행한다. 81년 1차 통폐합, 91년 2차 통폐합, 96년 프로젝트 중심 연구비 제도(PBS) 도입, 98년 구제금융(IMF) 사태 구조조정, 2003년 60개 전문연구단 개편 시도, 다시 2008년 구조개혁 추진 등으로 대체로 5년마다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경영 컨설팅 업체인 날리지웍스의 이철원 대표는 “1981년 출연연 통폐합 이후 출연연이 ‘미래 원천기술’ 개발의 주체로 부각됐지만 일관된 정책이나 큰그림이 제시되진 못했다”며 “(최근 논란도) 전략적 그림 없이 조직과 관리 체제에 먼저 손을 대려는 데서 비롯했다”고 풀이했다.

토론회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출연연이 문제점을 차분히 진단하고 근본적 개혁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거기엔 정부가 조급증을 내어 개혁을 밀어붙인다면 출연연 개혁 논란은 다음 정부에서도 되풀이될 게 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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