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과학원, 기온상승 따라 서식밀도 북상 예상
전국 300곳 자료 축적…나비 분포도 재조사 나서
전국 300곳 자료 축적…나비 분포도 재조사 나서
| |
연구팀은 기온 변화에 민감한 개미 종을 여섯 종으로 추려, 제주 한라산(해발 1950m)에서 고도별 서식 밀도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해발고도 800m까지는 지표종 6종이 모두 서식했으나 900m 지점에 이르자 일본침개미·극동혹개미·스미스개미가 사라지고 일본장다리개미·홍가슴개미, 코토쿠뿔개미 등 3종만이 발견됐다. 1500m 이상 고지대에선 코토쿠뿔개미만 서식했다. 개미의 기온 민감성은 다른 산에서도 확인됐다. 가리왕산(1561m), 계방산(1577m), 설악산(1708m)에서는 개미 종들이 서식하는 해발고도가 낮아졌지만 고도별 분포는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권 박사는 “특히 스미스개미와 일본침개미, 코토쿠뿔개미 등 3종의 서식 분포에 기온이 주요하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3종의 서식 분포 모델을 만들어 지구 온난화가 심화할수록 서식 분포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는 지도를 작성했다. 예측에는 2090년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4도 가량 오른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예측 지도를 보면, 북방계 개미인 코토쿠뿔개미는 점차 북상해 한반도 분포 지역이 급격히 줄어드는 데 견줘, 스미스개미와 일본침개미의 분포는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됐다. 예측 지도엔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개미 생물체의 적응력이나 다른 환경 요인은 고려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전국 300곳의 개미 분포 자료가 축적되는 내년 이후에 더 정밀하게 완성된 지도 작성에 나설 계획을 세워두었다. 권 박사는 “변온동물인 다른 곤충들도 기온 변화에 민감하지만, 개미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뚜렷하게 기온에 따라 서식지를 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런 점에서 보면 개미는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온도계”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나비의 분포 지도를 새로 그리는 일에도 나섰다. ‘나비 박사’로 유명한 고 석주명 박사가 1930년대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조사해 유물로 남긴 <한국산접류분포도>(1973년 출간)와 김성수 한국나비학회 부회장이 1997년 낸 <한국의 나비> 같은 나비 지도책에 이어, 기후변화로 달라졌을 나비 종들의 서식 밀도와 분포를 재조사하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반도 나비 종은 대략 260여종(남한 180여종)으로 알려졌다. 나비의 서식 분포는 그동안 달라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이 연구팀이 2002~2007년 광릉과 경기 파주 고령산(앵무봉)의 나비 밀도를 조사해 1958년과 1971~72년의 조사 결과와 비교했더니, 부처사촌나비, 남방부전나비 같은 남방계 3종의 밀도는 늘어난 반면에 들신선나비, 봄어리표범나비, 도시처녀나비 같은 북방계 6종은 뚜렷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크게 줄어든 북방계 들신선나비는 1958년 당시엔 개체수가 가장 많은 나비였지만, 최근 광릉에서 이뤄진 100여차례 조사에선 5마리만 발견됐다. 권 박사는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은 기온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지만 쉽게 옮아다니는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온이 오르면서 비교적 쉽게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 서식지에 다른 종이 들어오거나 자신이 다른 서식지로 들어가면 생태 환경과 경쟁 상대도 달라져 치열한 적응과 도태의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