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배아 사용 안해 윤리논란 없어
단백질로 역분화 유도…안전성 진전
단백질로 역분화 유도…안전성 진전
난자나 배아를 쓰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인 ‘역분화 줄기세포’(iPS) 분야에서 국외 한국인 과학자들이 주목받는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최근엔 미국 하버드대학의 김광수 교수(차병원 통합줄기세포연구소장)가 이끄는 미국·한국 연구팀이 사람 피부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꾸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을 처음 구현해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안전성 문제 해결’ 빠른 진전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은 분화가 다 끝난 체세포에다 역분화를 촉발하는 유전자를 조작해 넣거나 화합물 자극을 가해, 체세포를 분화 이전의 세포인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세포 분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원리다. 환자의 체세포를 역분화하면 배아 줄기세포와 비슷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 없는 세포치료용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생명윤리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반면에 유전자 조작과 바이러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암 발생 위험이 있어 안전성 문제가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이번에 김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 없이 역분화를 조절하는 단백질들을 체세포에 집어넣어 역분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 그만큼 안전성 문제가 개선돼 임상 적용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지난 4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팀이 비슷한 방식으로 생쥐의 체세포를 역분화해 줄기세포를 만들었는데, 불과 한 달만에 사람 체세포에 적용하는 기술을 발표한 것이다. 정형민 차의과대학 차병원 교수는 “긴급 논문에 이어 요즘엔 ‘초긴급 논문’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자인 박인현 하버드대학 박사는 전자우편에서 “연구 경쟁이 치열해 2~3년 안에 훨씬 더 안전하고 손쉽게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 국내에선 아직 성과 잠잠 여러 한국인 연구자들이 해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학 교수는 최근 과학저널 <셀>에 낸 글에서 역분화 줄기세포의 현재와 미래를 짚으며, 박인현 박사와 김정범 박사(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한스 슐러 연구실) 등 한국인의 연구를 주요 성과로 언급하기도 했다. 국외 연구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들과 하버드대학 김광수 교수 말고도 미국 에모리대학의 윤영섭 교수, 미국 생명공학기업의 정영기 박사 등이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를 냈거나 연구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형민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역분화 줄기세포 논문이 세계에서 1200여편 쏟아졌지만 국내에서 나온 논문은 한 편도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유승권 고려대 교수는 “국제 학술지들에선 이미 역분화 줄기세포가 주류로 자리잡았는데 국내에선 관심과 지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왜 국내에선 잠잠할까? 정부의 의뢰를 받아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 방안’을 연구중인 한용만 카이스트 교수는 “국내 몇몇 실험실에서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들기는 했지만 새 방법이나 결과가 아니라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연구 인력과 기반이 부족하지만 점차 성과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김정범 박사는 “해외 연구자들이 한국에 들어가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있어야 발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민 교수는 “성체, 배아, 역분화 줄기세포는 모두 세포치료술의 후보들”이라며 “장단점을 보완하는 균형 있는 발전과 줄기세포 전체의 연구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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