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1단 로켓, 보호기술로 설정돼 비공개로 제작
공동개발 주장과는 달리 기술이전 전혀 없어
러시아 차세대 발사체 ‘안가라’ 시험대상 냉소
공동개발 주장과는 달리 기술이전 전혀 없어
러시아 차세대 발사체 ‘안가라’ 시험대상 냉소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Ⅰ)가 7년만에 개발 일정을 끝내고 발사를 앞두고 있으나, 뒤늦게 ‘기술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나로호의 국적은 한국이지만 나로호 핵심인 1단 로켓이 ‘기술이전 없이’ 수입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실상 국적은 러시아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한국이 나로호 발사를 통해 발사체 운용 경험은 얻겠지만 이것만으로 ‘우주발사 자립국’(이른바 ‘우주클럽’)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 “1단 로켓은 러시아 영토 간주”
최근 러시아 쪽 1단 로켓의 연소시험 일정 차질로 나로호 발사가 다시 늦춰지면서 1단 로켓 개발에 우리 기술진이 얼마나 참여했는지 관심이 쏠리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쪽은 “기술이전 없는 개발” 방식을 털어놓았다. 이런 해명은 1단 로켓이 한국·러시아의 공동개발품이라고 홍보해왔던 것과 다른 것이다.
기술이전 없는 개발은 두 나라의 ‘우주기술보호협정’(TSA)에서 비롯했다. 1단 로켓이 ‘보호기술’로 설정돼 러시아는 1단 로켓을 비공개로 설계·제작·시험해 납품하며, 나로 발사장에서도 허가 없이 접근하는 것은 금지된 채로 조립되고 발사된다. 탁민제 카이스트 교수(항공우주공학)는 “1단과 그 주변은 러시아 영토로 간주돼 우리 기술진의 접근이 금지돼 있다”며 “물건은 주되 기술은 주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항우연은 1단의 사양마저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1단 엔진은 (러시아의 차세대 발사체인) 안가라의 기본엔진 RD191을 나로호에 맞춰 개량한 RD151”이라면서도 “두 엔진이 어떻게 다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러시아 쪽이 개발·시험비용을 줄이려고 이미 개발된 RD191을 약간만 개조해 나로호용 1단 엔진으로 제공했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우리 기술진이 이를 직접 확인할 방법은 없는 형편이다. 안가라는 러시아가 1995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온 차세대 우주발사체 프로젝트로,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으나 공식 시험비행은 하지 못했다.
나로호 개발 초기엔 기술이전의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호 추진 과정을 지켜본 탁 교수는 “2005년까지만 해도 70여명의 항우연 연구자들이 러시아에 가서 시스템 설계 회의(SDR)에도 참여했고 분위기도 좋았다”며 “그러나 그해 말 상세 설계 회의(CDR)에 이르러 러시아 쪽이 우주기술보호협정 체결을 요구했고 1단 로켓은 공동개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이후 2007년 러시아 의회에서 협정 비준이 끝난 뒤에야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의 러시아 기본설계를 넘겨받았으며 나로호 개발이 본격화했다.
■ “우주발사 첫 경험…자립국은 멀어” 한국이 불리한 조건에서 러시아에 끌려온 것은 발사체 기술의 성격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발사체 기술은 군사 미사일에 전용될 수 있어 국가간 기술이전이 매우 까다롭다. 2002년 항우연과 정부는 한국 첫 액체연료 소형로켓(KSR-Ⅲ)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우주발사체 개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때 우주기술 후발국인 한국에 기술협력을 해줄 파트너를 찾아나섰으나 러시아만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미국도 일본도 아무도 우리 우주발사체 사업에 협력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는데 러시아만이 나서 놓치기 힘든 귀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당시 러시아의 우주개발기업 흐루니체프는 안가라 발사체의 개발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 한·러 기술협력은 점차 우리 쪽에 불리한 조건으로 바뀌어갔지만, 대포동 미사일 등 북한의 발사체 개발을 의식해 서둘러 발사체 기술을 습득하려고 했던 한국은 이런 상황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나로호 사업에서 상당한 우주기술을 습득했다고 말한다. 박정주 항우연 발사체계사업단장은 “1단 로켓 기술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발사체를 총조립하고 시스템을 관리하며 발사대를 운영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적은 개발인력으로 시행착오 비용을 작게 치르고 얻은 결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들어선 정부와 항우연에서도 나로호 발사의 의미를 ‘우주기술 자립’이 아니라 그 ‘길목’ 정도로 낮추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 기술진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려는 2018년 한국우주발사체 2호(KSLV-Ⅱ)”라고 말했다. ■ “안가라 시험무대” 냉소도 나로호에 들어가는 러시아 1단 로켓은 지금까지 공식 비행시험을 한 적이 없다. 러시아는 소유스·프로톤 등 기존 발사체를 95%가량의 성공률로 쏘아왔지만 나로호는 신형 로켓의 첫 발사라는 점에서 성공률을 점치기 쉽잖은 상황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설계신뢰도로 보면 90% 이상 성공률을 목표로 설계됐겠지만 실제 비행신뢰도는 별개 문제”라며 “발사 전력이 없어 비행신뢰도가 어느 정도일지 매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발사에 실패하면 국제적 망신이기 때문에 러시아도 이번 나로호 발사에 매우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로호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첫 우주발사체’와 ‘안가라의 시험 발사’라는 두 가지 의미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 관련 토론방(forum.nasaspaceflight.com)에선 냉소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부는 “러시아가 자기 비용 들이지 않고 안가라를 한국땅에서 시험발사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우주발사 기술의 압축된 경험을 얻으려는 한국과 ‘안가라 완성’을 위해 나로호를 활용하려는 러시아의 랑데부가 두 나라에 어떤 손익계산서를 던져줄지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 “우주발사 첫 경험…자립국은 멀어” 한국이 불리한 조건에서 러시아에 끌려온 것은 발사체 기술의 성격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발사체 기술은 군사 미사일에 전용될 수 있어 국가간 기술이전이 매우 까다롭다. 2002년 항우연과 정부는 한국 첫 액체연료 소형로켓(KSR-Ⅲ)의 시험비행에 성공한 뒤 우주발사체 개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때 우주기술 후발국인 한국에 기술협력을 해줄 파트너를 찾아나섰으나 러시아만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미국도 일본도 아무도 우리 우주발사체 사업에 협력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는데 러시아만이 나서 놓치기 힘든 귀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당시 러시아의 우주개발기업 흐루니체프는 안가라 발사체의 개발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 한·러 기술협력은 점차 우리 쪽에 불리한 조건으로 바뀌어갔지만, 대포동 미사일 등 북한의 발사체 개발을 의식해 서둘러 발사체 기술을 습득하려고 했던 한국은 이런 상황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나로호 사업에서 상당한 우주기술을 습득했다고 말한다. 박정주 항우연 발사체계사업단장은 “1단 로켓 기술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발사체를 총조립하고 시스템을 관리하며 발사대를 운영하는 기술을 확보했다”며 “적은 개발인력으로 시행착오 비용을 작게 치르고 얻은 결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들어선 정부와 항우연에서도 나로호 발사의 의미를 ‘우주기술 자립’이 아니라 그 ‘길목’ 정도로 낮추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항우연 관계자는 “우리 기술진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려는 2018년 한국우주발사체 2호(KSLV-Ⅱ)”라고 말했다. ■ “안가라 시험무대” 냉소도 나로호에 들어가는 러시아 1단 로켓은 지금까지 공식 비행시험을 한 적이 없다. 러시아는 소유스·프로톤 등 기존 발사체를 95%가량의 성공률로 쏘아왔지만 나로호는 신형 로켓의 첫 발사라는 점에서 성공률을 점치기 쉽잖은 상황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설계신뢰도로 보면 90% 이상 성공률을 목표로 설계됐겠지만 실제 비행신뢰도는 별개 문제”라며 “발사 전력이 없어 비행신뢰도가 어느 정도일지 매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발사에 실패하면 국제적 망신이기 때문에 러시아도 이번 나로호 발사에 매우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로호는 국제사회에서 ‘한국 첫 우주발사체’와 ‘안가라의 시험 발사’라는 두 가지 의미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 관련 토론방(forum.nasaspaceflight.com)에선 냉소 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부는 “러시아가 자기 비용 들이지 않고 안가라를 한국땅에서 시험발사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우주발사 기술의 압축된 경험을 얻으려는 한국과 ‘안가라 완성’을 위해 나로호를 활용하려는 러시아의 랑데부가 두 나라에 어떤 손익계산서를 던져줄지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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