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신소재 연구 김재환 교수 발명
독성없는 친환경 반도체 개발 ‘첫발’
독성없는 친환경 반도체 개발 ‘첫발’
흔하디 흔한 종이에서 첨단 신소재를 찾는 연구를 계속해온 김재환 인하대 교수(생체모방 종이작동기 연구단장·사진)는 2000년 종이에 전기를 흘리면 파르르 떠는 운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국제 학계에 처음으로 정식 보고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쪽과 함께 이런 현상을 이용해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종이 작동기’(종이 로봇)를 개발해왔다. 그의 연구팀이 최근에 또다른 종이 발명품을 내놓았다. 이번엔 ‘종이 트랜지스터’다.
김 교수 연구팀은 13일 “종이의 성분인 셀룰로오스(나무 섬유소)와 탄소나노튜브를 섞으면 반도체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실제로 ‘종이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 최근호에 발표됐다. 종이 성분인 셀룰로오스에다 신소재 물질인 탄소나노튜브를 층층이 섞는 방식으로 전도성을 높여 만든 일종의 ‘종이 반도체’다.
김 교수는 “실리콘 트랜지스터는 독성을 띠고 부서지기 쉬우며, 폴리머 트랜지스터는 휘어지는 유연성을 지니지만 독성을 띤다”며 “하지만 종이 트랜지스터는 휘면서도 독성이 없고 생분해성을 지녀 친환경 소재의 장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아직은 초보 단계의 연구다. 셀룰로오스에 탄소나노튜브를 섞으면 왜 반도체 성질이 나타나는지도 아직 규명되지 못했고 집적회로를 만드는 일은 아직 먼 과제다. ‘종이 공학자’ 김 교수의 종이 연구는 호기심과 우연한 발견 덕분에 시작됐다고 한다. 오래전 복사기 전문회사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며 종이의 성질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1990년대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 어느 날 우연히 껌을 싸고 있는 은박지에다 전기를 흘려보았다. 그랬더니 종이는 예상과 달리 휘는 게 아니라 떨림 현상을 나타냈다. 어떤 물질에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생기고, 거꾸로 전기를 가하면 운동이 일어나는 이른바 ‘압전 효과’다. 그는 “스스로 날지는 못하지만 종이비행기처럼 허공에서 오래 날며 임무를 행하는 ‘나는 종이’(플라잉 페이퍼)를 만드는 것도 큰 꿈”이라고 말했다.
인천/글·사진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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