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입자물리연구소 과학자들이 30일 강입자가속기 터널에서 양성자 빔 충돌 실험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제네바/AFP 연합뉴스
137억년 전 빅뱅(우주 대폭발)의 비밀을 풀어줄까?
30일 전세계에서 원격 모니터를 지켜보던 핵물리학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샴페인잔도 채워졌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스위스 제네바 인근 지하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강입자가속기(LHC) 터널에서 총 7TeV(테라전자볼트)의 고에너지로 양성자 빔을 충돌시키는 데 성공했음을 발표한 순간이었다.
이날 충돌실험의 가동 에너지는 이제까지 입자가속기들이 달성했던 수치의 3배가 넘는 기록적인 것이라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연구진은 절대 0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총연장 27㎞의 원형 궤도 터널 내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각각 3.5TeV 에너지의 양성자 빔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쏴 충돌시키고 데이터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소의 올리버 부흐뮐러 연구원은 “우리는 이전에 아무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 발을 디뎠으며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했다.
대형 강입자가속기는 빅뱅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1994년 착공해 95억달러를 투입해 2008년 완공됐지만 이내 두차례 고장으로 멈춰선 뒤 수리와 개선에만 모두 4000만달러가 들었다.
이날 실험 데이터가 기록되면서 과학계는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가 확인될지 주목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는 자신의 이름을 따 이 입자가 모든 물질에 질량을 부여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즉 빅뱅 당시의 기체 잔해가 은하, 항성, 행성 등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실험은 각각 우주의 25%와 70%를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를 규명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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