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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제7원소’ 생명체 규정은 성급…DNA기능 등 후속연구 필요”

등록 2010-12-07 20:25수정 2010-12-07 21:49

전문가들이 본 ‘비소박테리아’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인가? 극한 미생물의 일종인가?’

미국 항공우주국(나사) 연구팀이 지난 2일(현지시각) 지구 생물을 구성하는 6대 원소 중 하나인 ‘인’(P) 대신에 ‘비소’(As)에 기반을 둔 미생물(박테리아)을 처음 발견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후에 ‘새로운 미생물’의 성격을 놓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나사는 이번 발견에 “생명의 정의를 바꿀 새 발견” “외계 생명체 탐사에 중요한 증거”라는 의미를 강조했으나, 여러 과학자들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발견된 박테리아(GFAJ-1)는 비소 농도가 높은 미국의 호수에서 채집됐으며 독극 물질로 잘 알려진 비소 농도가 높은 배양액에서도 더디지만 그래도 성장을 지속하는 놀라운 특성을 나타냈다. 게다가 생명의 기본물질인 디엔에이(DNA)에서도 인과 함께 비소 성분이 검출돼, 인·당·염기로 이뤄진 모든 생물의 디엔에이와 달리 인 대신 비소를 쓰는 ‘새로운 생명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발표된 논문을 본 국내외 과학자들한테 이번 발견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지 물었다.

■ ‘낯선’ 극한 미생물의 의미 과학자들은 ‘비소를 지닌 디엔에이’의 발견 자체는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라고 평했다. 무엇보다 비슷한 특성을 지니는 원소들끼리 분류한 주기율표에서 맞닿아 있는 인과 비소가 서로 대신 사용되는 사례가 확인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김진수 서울대 교수(화학)는 “화학자가 보기엔 주기율표에서 인 밑에 있는 비소를 생명체가 이용한다는 게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탄소 밑의 실리콘에 기반한 생명체도 우주에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을 아주 황당한 상상이라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 발견된 ‘비소 박테리아’는 전혀 다른 생명 진화의 길을 걸어왔을까? 여러 과학자들은 ‘적응’의 결과로 해석했다. 천종식 서울대 교수(미생물·유전체학)는 “탄소·수소 같은 주요한 생물학적 요소들이 부족한 환경에서, 예를 들어 탄소를 다른 원소로 치환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외계 생물 연구와 연관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미생물은 기존 박테리아들 중 일부가 비소가 엄청 많은 (극한) 환경에 잘 적응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교수와 이한승 신라대 교수(미생물학) 등 다른 연구자들도 “현재 논문으론 ‘극한 미생물’의 일종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 ‘생명의 정의’는 바뀌는가?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생명의 정의를 바꿀 증거가 되려면 후속 연구들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소를 흡수하는 유전자변형 식물을 개발한 이영숙 포스텍 교수(생명과학)는 “디엔에이·단백질의 구성 성분에 비소가 존재한다는 현재의 증거 이외에, 비소가 든 디엔에이와 아르엔에이·단백질이 생화학 기능을 정상 수행하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승 교수도 “비소가 든 디엔에이가 과연 복제가 되는 것인지, 비소를 이용하는 효소가 있는지 등이 추가 입증돼야 발견의 진짜 의미를 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엔에이에서 비소가 인을 대체할 수 있음이 ‘간접 증거’로 제시됐다는 점도 이번 논문의 약점이다. 또한 인 역시 디엔에이에 여전히 존재해, 비소가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진 못했다. 박치욱 미국 퍼듀대 교수(생화학)는 “디엔에이가 인이 아닌 비소로 구성됐다는 주장을 증명하기에 직접 증거들이 불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온라인 뉴스 댓글에도 “생명의 정의를 바꿀 놀라운 발견”이라는 반응과 “과장된 해석”이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결국 비소를 생명의 ‘제7원소’로 삼는 생명체의 존재 의미는 추가 연구들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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