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과학세계, 만화로 통하네
해부학자 정민석씨 ‘해랑 선생…’
국제 학술지에 채택돼 실릴 예정
만평 ‘꽉 선생…’ 학술대회서 소개
국제 학술지에 채택돼 실릴 예정
만평 ‘꽉 선생…’ 학술대회서 소개
“글쎄요, 만화와 과학의 다른 점은, 과학은 부풀리지 않고 만화는 부풀린다는 점 아닐까요. 하지만 둘 다 객관적입니다. 과학은 업적이 훌륭한지 아닌지 뚜렷하고, 만화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지 아닌지 뚜렷하잖아요.”(웃음)
난해하고 딱딱할 법한 과학의 세계에도, 연구 현장의 농담과 정담을 담는 만화가 또 하나의 소통 매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화 그리는 해부학자인 정민석 아주대 교수(해부학교실)는 24일 “그려온 해부학 만화를 교육의 관점에서 분석한 학술논문이 과학인용확장지수(SCIE) 목록에 오른 국제 학술지인 <해부 과학 교육>(ASE)에 정식 논문으로 채택돼 곧 실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문은 정 교수가 연구현장에서 겪거나 들은 에피소드에다 해부학 지식을 담아 그린 만화 ‘해랑 선생의 일기’(그림)를 주로 다뤘다. 연구 보고서나 논문을 싣는 과학저널에 만화를 다룬 논문이 실리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는 지난 20일 대한체질인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 온>에 연재중인 과학 만평 ‘꽉 선생의 일기’의 창작 과정을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 만평은 지난해 2월 시작해 60편을 넘어섰다. 그는 “과학인이 서로 이해하고 일반인이 과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과학인이 겪고 느끼는 것을 만화로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왜 과학계에서 대중문화 매체인 만화에 관심을 보일까? 그는 “미국에선 흔히 좋은 연구를 칭찬할 때 ‘재미있다’(funny)라는 말을 쓰듯이 과학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만화가 그런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웃음을 자아내는 과장을 하기 때문에 과학 만평이 독자들한테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그는 “부풀릴 수밖에 없는 만화 매체의 성격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년째 만화를 그리는 정 교수는 연재중인 과학 만화를 책으로 펴낸 뒤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서도 정식 출판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는 “영어권 과학계에 대학원생의 일상을 그려 널리 알려진 만화(PhD Comics)와 한번 겨루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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