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기원 비밀 풀 열쇠…“존재 가능성 큰 에너지 구간 좁혀”
‘신의 입자’로 불리며 우주 만물 질량의 기원을 설명해주는 단서인 힉스 입자를 찾는 데 입자물리학자들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 강입자가속기(LHC)에서 힉스 검출 실험을 벌여온 물리학자들은 13일(현지시각) 연 중간발표 세미나에서 “양성자 다발을 거의 빛의 속도로 충돌시킬 때 찰나로 생성되는 갖가지 에너지 신호들에서 힉스의 존재를 추적할 수 있는 여러 신호들이 관찰됐다”며 115~130기가전자볼트(GeV)의 에너지 구간을 힉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영역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여러 앞선 실험들에서 힉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없는 구간들이 하나씩 배제되면서 최근엔 114~140기가전자볼트가 힉스 존재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 구간으로 주목받았으나, 이번에 다시 그 범위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이 때문에 ‘힉스 사냥의 포위망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는 낙관도 나온다. 특히 이번엔 강입자가속기에서 진행되는 아틀라스(ATLAS)와 시엠에스(CMS)라는 다른 실험프로젝트의 다른 검출장치에서 상당히 겹치는 실험 결과가 나와 힉스 존재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이날 아틀라스 실험그룹은 “126기가전자볼트 구간에서 2.3시그마 수준으로 힉스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사건들이 관찰됐다”며 “힉스 존재 가능성이 있는 구간을 115.5~131기가전자볼트로 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엠에스 그룹은 124기가전자볼트를 의미 있는 구간으로 제시했으며(1.9시그마 수준), “115~127기가전자볼트에서 힉스의 흔적을 보여주는 상당한 초과 사건이 관측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힉스가 발견됐다’고 선언하려면 실험의 통계학적 확실성을 보여주는 시그마(표준편차)가 5시그마 수준은 돼야 하기에, 이번의 2시그마 안팎 수준은 아직 상당히 낮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중간결과를 발표한 물리학자들은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며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시엠에스 실험그룹의 한국 대표인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발표로 힉스가 숨어 있는 에너지 구간이 줄어 내년엔 낙관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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