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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리삶에 영향주는 정책결정에 왜 참여하기 어렵나?”

등록 2012-08-07 14:10수정 2012-08-07 14:14

왼쪽부터 이덕용(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씨, 박승(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사과정), 김윤후(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씨. 사진/ 오철우
왼쪽부터 이덕용(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씨, 박승(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사과정), 김윤후(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씨. 사진/ 오철우
타운미팅 준비모임 참여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의 생각 들어보니
“과학기술계 의사결정과 소통도 다른 사회부문만큼 민주화해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위상이 어느 정도 높아진 만큼 이제는 관 주도의 정책 수립이 높은 효율을 갖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의 영향을 받으며 연구성과를 생산하는 현장 과학기술인, 그리고 그 정책의 영향을 받는 시민들까지도 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정부의 대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원총)의 정책부장인 박승(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사과정)씨는 지난 7월28일 대전 시내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12 대선, 과학기술인 말하다: 현장의 목소리로 채우는 과기정책 제안 타운미팅’의 행사준비 회의에 참석해 이번 토론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는 최근 집행부 회의를 열어 현장 과학기술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여는 이번 타운미팅 행사의 후원단체로 나서기로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행사 진행에 적극 참여하는 가칭 ‘기획단’을 꾸리고 행사에 필요한 플래카드, 포스터 등의 제작도 대행하기로 했다. 현재 기획단에는 박씨와 박사과정생 이덕용(바이오 및 뇌공학과)씨, 석사과정생 김연주(기계공학과)씨 등 서너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원총과는 별개로 석사과정생 김윤후(과학기술정책 대학원)씨가 타운미팅 준비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타운미팅 후원 결정과 관련해, 박씨는 “올해 대학원 총학생회 선거 때 공약 중 하나가 ‘대학원생의 입장을 반영한 과학기술 정책 마련’이었는데, 마침 이번 토론행사가 그런 취지에도 맞다고 생각해서 타운미팅을 후원하고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운미팅을 준비하는 실무활동에 참여하는 카이스트 대학원생들이 한국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박승씨는 “이제는 관 주도의 정책 추진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국가적 역량이 R&D에 많이 투자되고 있는데도 절대적인 연구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그 중 하나로 과학기술 정책을 관 주도로 만드는 현 방식을 벗어나 현장 과학기술인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는 정책 수립 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다른 부문들에서는 의견의 수렴이라든가 정책의 입안이 대부분 민주적으로 바뀌어 가는데 과학기술 부문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인데도 왜 우리는 의사결정, 정책 결정에 참여한 적이 없을까, 지나친 연구 규제가 있어도 우리 힘으로 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보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대학원생의 권리를 찾는 방법의 일환으로 이번 타운미팅에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사과정에 다니는 김덕용씨는 “평소에 토론이나 의사결정 방법에 관심이 많았고 또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에 참여하게 되어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준비할 게 많다는 걸 알고 토론 진행을 돕는 일뿐 아니라 크고작은 행정적인 실무에도 적극 참여해 힘을 보태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는 박사과정생이 휴가갈 시간이 어디 있고 다른 데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어디 있느냐는 얘기도 하는데, 어찌 보면 그런 분위기 때문에 과학기술계의 의사소통이 폐쇄적이 되고 현장 과학기술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타운미팅이 아직은 불완전하다 해도 지금이 시작이고 앞으로 우리 실정에 맞춰가면서 발전하도록 하는 데 내가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정책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고 있는 김윤후씨는 “사실 타운미팅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정책을 제안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 정책 결정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토론 행사의 한계도 느껴진다”며 “하지만 과학기술 정책의 큰 그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선 과학기술인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 현재의 정책 수립 과정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의 큰 그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무자, 즉 일선 과학기술인의 의견이 쉽사리 반영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과학기술인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해버리는 행태는 분명히 잘못되었습니다. 물론 과학기술인만 모여서 과학기술 정책을 세우자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과학기술 정책의 흐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과학기술인을 포함하여 사회 각계각층이 민주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제가 보는 과학기술인의 특징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그 근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바쁜 현실에 치여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는 토론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이나, 아무리 열심히 의견을 모아봐도 행정 실무자들이 곧잘 무시해보리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과학기술 실무자들이 국가 정책에 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초기에는 매우 힘들겠지만, 과학기술인의 의견을 실제 정책 수립 과정에 합법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해놓는다면, 그 뒤로는 과학기술인의 의견이 오늘날과 같이 쉽게 무시당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 이번 인터뷰는 대면(7월28일, 대전)과 서면(이메일)으로 진행됐습니다.]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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