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과기전략회의 신설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도 추진
삼성·엘지·KT·현대차 등 합류키로
원천기술 소홀·정보인권 침해 우려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도 추진
삼성·엘지·KT·현대차 등 합류키로
원천기술 소홀·정보인권 침해 우려
정부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한껏 고조된 분위기를 활용해 ‘인공지능 응용 산업’ 육성에 나선다. 인공지능 응용을 ‘4차 산업혁명’으로 꼽아 관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앞으로 5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인공지능 응용 산업에 치중돼 원천기술인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이 소홀해지고, 개인정보 보호 문턱이 더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17일 청와대에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인과 전문가 20여명을 초청해 ‘지능정보사회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인공지능을 응용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됐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 보고를 통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과 지능정보기술 시범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 이게 마중물이 돼 기업 쪽에서도 5년간 2조5천억원 이상의 기술 개발과 상용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 사회가 이번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큰 경각심과 자극을 받은 것이 역설적으로 상당히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지금은 누가, 얼마나 빨리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느냐에 따라 한 국가의 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다. 우리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 연구·개발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투자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미래부는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4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자 이날로 앞당겼다. 미래부는 ‘지능정보기술’의 개념에 대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대표되는 ‘지능’에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 등으로 수집된 ‘정보’가 결합한 형태로, 인공지능보다 범위가 넓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핵심 기술력이 미국에 2.4년 정도 뒤처졌지만, 지능정보기술 관점에서 민·관이 힘을 모아 빠르게 쫓아가면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들의 인공지능 관련 기술 개발 역량과 데이터를 모아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설립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에는 이미 삼성전자, 엘지(LG)전자,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네이버, 현대자동차가 합류하기로 했다. 미래부 김용수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다른 기업들한테도 문이 열려있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지는 기업들이 정하고, 정부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2019년까지 세계 1위의 지능정보기술력 확보를 목표로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그동안 정부·기업·연구소 등이 각각 축적한 데이터를 공유해 공동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어디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데이터 소재 정보 서비스’도 마련된다.
정부의 대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래부가 인공지능 응용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초기술 개발은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미래부가 지능정보산업 육성에 투자하기로 한 1조원 가운데 상당액은 예산을 추가로 책정하는 게 아니라 기존 예산을 돌려 쓰는 것이다. 결국 그동안 추진 중이거나 예정된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일부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중단·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또 지능정보산업 육성을 이유로 정보인권 보호 체제가 더 허물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미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 문턱을 대폭 낮추는 정책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재섭 최혜정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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