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의 연결망을 보여주는 뇌 연결 지도.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 제공
깨어 있어 자신과 주변을 감각·지각할 수 있는 ‘의식’이 콕 집어 뇌의 어느 영역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물음 중 하나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 베스이스라엘의료센터(BIDMC)의 연구팀이 뇌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해 의식의 조절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뇌 영역들과 그 연결망을 찾았다며 과학저널 <뉴롤로지>(신경학)에 보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줄기이며 생명의 기본 기능을 맡고 있는 뇌간(뇌줄기) 부위가 손상된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 중 12명은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24명은 의식상태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똑같이 뇌간이 손상됐는데도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뇌간 부위를 자세히 추적해, 뇌간의 ‘교뇌피개’라는 부위에 있는 작은 지점이 혼수상태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이미 알려진 건강한 뇌의 연결망 지도를 활용해 뇌간의 이 지점과 연결된 대뇌피질 쪽의 두 영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
뇌간 영역과 멀리 떨어진 대뇌피질 영역들의 ‘연결’이 실제로 의식과 관련이 있을까?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써서 혼수상태 환자 45명의 뇌를 관찰했다. 혼수상태 환자들의 뇌에선 이 연결망이 망가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뇌간 안 작은 영역의 손상이 혼수상태와 뚜렷히 연관되며 이곳과 대뇌피질 두 곳의 연결이 끊어질 때 의식장애가 나타난다”며 “이 연결망이 의식의 유지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의식이 일어나는 뇌 연결망의 일부를 포착한 이 연구의 결론은 다른 후속 연구들에서 검증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동안 지목하기 힘들었던 의식의 뇌 영역들과 그 연결망을 콕 집어 제시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의식의 연결망이 더 많은 환자들에서도 확인되고 자세히 밝혀지면 의식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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