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학자 네이선 울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패
‘바이러스 폭풍 시대’ 펴낸 네이선 울프
저명한 바이러스학자인 네이선 울프 미국 스탠퍼드대학 초빙교수는 저서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무서운 바이러스 전염병의 대유행에 대응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마지막 장에선 암세포를 공격하고 질병을 억제하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착한 바이러스”(gentle viruses)에 대한 최근의 새로운 발견들을 소개했다. 치명적인 신종, 변종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지만, 이런 온순한 바이러스들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좋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바이러스는 세포생물이라면 어디에나 감염하고 기생할 수 있다. 동물, 식물, 박테리아, 곰팡이이건 가리지 않는다. 그는 바이러스의 위협 못잖게 바이러스의 ‘이득’도 점점 더 많이 밝혀지리라고 내다봤다. “바이러스가 세포생물을 감염시켜 파괴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많은 세포생물에게 이득을 준다는 점에서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향후의 연구에서 조금씩 밝혀질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 연구는 사람의 질병과 치료에 관한 인식도 바꾸어놓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병원균에 대해 생각할 때, 인간과 세균의 전쟁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만 창의적으로 생각하면 병원균들 간의 전쟁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게다가 현실은 그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병원균들이 형성한 공동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 공동체에서 병원균들은 자기들끼리, 또 우리와 싸우고 협조하며 살아간다.”
울프는 공중보건의 궁극적 목표가 ‘멸균된 세계’가 아니라 해로운 병원균을 식별하고 통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몸 안에, 혹은 자연 환경에 존재하는 어떤 병원균이 우리에게 이롭고, 어떤 병원균이 악당인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대부분이 뜻밖의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해로운 병원균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중보건이 완전히 멸균된 세계를 목표로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해로운 병원균을 찾아내서 통제하겠다는 목표이면 충분하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