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아이온큐 공동창업자)
“1940년대에 진공관으로 만들어진 첫 디지털 컴퓨터를 생각해보세요. 지금 우리가 들고 다니는 컴퓨터나 휴대전화와 완전히 다르죠. 그 시절 컴퓨터는 연구소에나 설치된 대형 장비였고, 워낙 값비싼 장비이다 보니 그만큼 특별한 계산 작업에만 쓰였습니다. 1960년대엔 실리콘 반도체 컴퓨터의 몸집도 컸습니다. 그 후 60년 동안 컴퓨터의 값은 떨어지고 성능은 좋아졌죠. 이젠 누구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게임도 할 수 있지요. 싼 가격 덕분에 갖가지 용도나 문제풀이에 쓰입니다.
마찬가지로 초기 양자컴퓨터는 매우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5~10년 동안엔 특별한 문제풀이에나 쓰일 겁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도 결국엔 값이 내리고 성능이 개선되며 갖가지 문제 해결에 활용될 겁니다.
지금의 양자컴퓨터 ‘큐비트’는 아주 특별한 소자로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절대온도 0도 부근의 극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회로일 수도 있고, 진공에 가둔 개개의 원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큐비트를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데엔 많은 장비와 복잡한 첨단기술이 필요하죠. 몇 년 안에 양자컴퓨터를 들고 다닐 정도로 작게 만드는 건 아주 어렵겠지만, 최초의 거대한 컴퓨터가 랩톱 컴퓨터로 발전하는 데까지 거의 50년이 걸린 걸 생각하면, 먼 미래엔 양자컴퓨터의 소형화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가까운 미래에 양자컴퓨터는 새로운 물질 디자인과 신약 개발 등에 쓰일 수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많이 발전하면 현재의 암호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터이니 새로운 형태의 양자보안 시스템이 필요해질 겁니다. 또한 항공사나 운송업체가 항공망과 운송망을 짜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고, 최근엔 빅데이터 분석이나 인공지능의 ‘딥러닝’ 알고리즘에 응용하려는 연구도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일반인이 이런 활용을 실감하는 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더 지나야 하겠지요.”
김정상 미국 듀크대 교수(아이온큐 공동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