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80억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 3C186의 모습. 은하 중심에서 밀려나는 거대 블랙홀이 관측됐다. 나사, ESA 제공
오랜 블랙홀 관측 연구를 통해 이제 거대 은하의 중심부엔 거대 블랙홀이 있다는 학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은하 중심엔 태양 질량의 400만배 되는 블랙홀(궁수자리 A*)이 있다. 그런데 자기 자리인 은하 중심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바깥쪽으로 밀려나고 있는 특이한 거대 블랙홀이 관측됐다.
이탈리아·미국 등의 천문학자들은 허블 우주망원경 등을 이용해 지구에서 80억 광년 떨어진 거대 은하(‘3C186’)에서 매우 밝은 빛을 내는 태양 10억배 질량의 거대 블랙홀이 중심자리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관측했다며 천문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 최근 보고했다. 블랙홀 자체는 빛조차 탈출하지 못하는 ‘절대암흑’의 천체이지만, 물질이 빨려들어가는 주변에선 엄청난 물질 마찰과 격동이 일어나 강력한 에너지와 빛을 내기도 한다.
관측된 블랙홀은 은하 중심에서 이미 3만5000 광년이나 떨어진 지점에 있으며 시속 750만㎞의 속도로 계속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무엇이 초거대 블랙홀을 은하 중심의 ‘권좌’에서 밀어냈을까?
연구진은 “이 거대 블랙홀을 은하 중심에서 밀어내는 데엔 초신성 1억개가 폭발할 때 생길 만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으로 계산된다”면서 그만한 에너지를 만들어냈을 사건으로 ‘두 은하의 병합’을 지목했다. 각자 블랙홀을 지닌 두 은하가 병합할 때 질량과 회전속도가 다른 두 블랙홀이 병합했다면, 이런 비대칭 탓에 한쪽 방향으로 더욱 강력한 중력파가 발산돼 블랙홀을 한쪽 방향으로 밀어냈으리라는 것이다. 연구진은 2000만년 뒤엔 이 블랙홀이 은하를 다 벗어나 홀로 떠돌게 되리라고 내다봤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