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에는 조류에 맞춘 12시간 생체리듬이 있다. ?포유류에도 24시간 주기 말고 12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이 따로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바다생물 갑각류의 한 종류.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 몸엔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에 맞춰 반응하는 생체리듬이 있다. 이런 주기와 관련된 유전자들은 생체시계 유전자로 불리는데 그동안 생체시계 유전자도 여럿 발견됐다. 그런데 포유류 동물에 24시간 주기 말고 12시간 주기의 생체시계가 따로 자율로 돌아간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베일러 의과대학 등의 연구진(책임연구 버트 오맬리)은 실험용 쥐의 간세포에서 12시간 생체리듬을 보이는 유전자 3600여개를 찾아냈으며 이 가운데 특정 유전자(‘XBP1’)가 생체리듬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셀 메타볼리즘>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12시간 생체리듬이 존재한다는 보고는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사람의 체온, 혈압, 호르몬 순환, 인지 능력 등에 12시간 주기가 있다는 보고들이 제시됐으나 생물학적 근거가 명확히 규명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진은 쥐의 간세포에서 12시간 주기 유전자들을 다수 찾아냈으며 더 나아가 12시간 생체시계가 24시간 생체시계와 무관하게 자율로 돌아감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실험용 쥐에서 24시간 주기를 관장하는 핵심 유전자의 기능을 없앴는데도 12시간 생체시계는 여전히 정상 기능을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2시간 생체리듬이 깨지면 스트레스 조절이나 약물 반응 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24시간 주기와는 별개로 12시간 생체리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생체리듬이 해가 뜨고 지는 낮과 밤의 주기에 맞춘 것이라면, 12시간 생체리듬은 어디에서 비롯했을까? 연구진은 그것이 12시간마다 되풀이되는
밀물·썰물의 조류에서 비롯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전에도 연안 바다생물에 12시간 생체리듬이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어 왔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12시간 주기 조절 유전자가 포유류와 예쁜꼬마선충뿐 아니라 바다생물인 갑각류에도 보존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