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IBS 단장 등 한미 연구진 ‘네이처’에 발표
유전성 심장질환 원인 염기 4개 교체 예방 72%로
인간배아 연구 안전성과 생명윤리 논란 이어질듯
유전성 심장질환 원인 염기 4개 교체 예방 72%로
인간배아 연구 안전성과 생명윤리 논란 이어질듯
한국과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유전자 편집 기법(크리스퍼/카스9)을 써서,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가위로 인간 배아의 질환 유전자를 교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진은 2일 오리건보건대학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 등 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런 연구 결과를 <네이처> 온라인판에 3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심장의 좌심실 벽이 두꺼워져 격하게 운동할 때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질환인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 유전자(MYBPC3) 돌연변이를 유전자 가위를 써서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한국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분자를 제작하고 실험 뒤에 유전자 가위가 제대로 작동했음을 확인했다. 유전자 교정 실험은 주마다 다르지만 공적 연구비를 받지 않는다면 인간 배아 연구 승인을 반드시 받을 필요는 없는 미국에서 이뤄졌다. 한국에선 공동 책임저자(김진수)와 제1저자(박상욱) 등 5명이 참여했다.
김 단장은 “부모 중 한 명이 변이 유전자를 지닐 때 자녀에 유전되지 않을 확률이 50%인데 이번 연구를 통해 72.4%까지 높일 수 있었다”며 “다른 유전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어 유전병을 예방할 새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연구는 변이 유전자를 지닌 정자와 정상 유전자를 지닌 난자가 수정할 때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 염기를 정상의 것으로 바꾸는 실험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이른바 ‘모자이크’ 부작용을 없앨 만한 기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전엔 수정란에다 유전자 가위를 넣어 유전자 편집된 세포와 그렇지 않은 세포가 섞여 발달하는 모자이크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번엔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수정 전 난자에다 동시에 넣는 방법을 찾아 문제를 극복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그림)
배아 자체의 디엔에이 복구 능력도 새롭게 확인됐다. 김 단장은 “돌연변이 염기 부분을 대체할 디엔에이 염기 틀(주형)을 만들어 집어넣지 않더라도 배아에선 난자 염색체에 있는 정상 염기를 스스로 복제해 변이를 교정했다”며 “배아만의 특별한 디엔에이 복구 능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인간 배아의 유전자 교정은 충분히 안전한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가를 둘러싸고 안전성과 생명윤리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 배아 유전자 치료를 금지하는 국내 생명윤리법을 개정해 관련 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생명윤리학회장인 전방욱 강릉원주대 교수(생물학)는 “이번 연구는 유전자 가위의 원리증명 실험에 가까운데 굳이 인간 배아에서 실험할 필요가 있었는지, 생애 후기에 발병할 유전 질환의 배아 치료가 필요한지, 국내 연구진이 인간 배아 실험에 참여한 것은 문제가 없는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생명윤리 연구자들은 4일 현대아산병원 세미나실에서 모임을 열어 인간 배아 유전자 치료 연구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인간 배아 유전자 치료 연구.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제공
난자에 정자와 유전자 가위를 동시에 주입하는 실험 장면. 한가운데 둥글고 희미한 것이 정자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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