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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왜 민주당 지지율 높을수록 프리우스가 많이 팔렸을까

등록 2017-08-13 09:18수정 2017-08-13 10:04

[토요판] 최정규의 우울하지 않은 과학 ⑦ 사회친화적 행동의 과시효과

이타적 행동이 항상 손해는 아닐 수도
‘좋은 사람’ 인정 자체가 중요한 가치
남들이 알아주는 것에 만족 느끼는
“불순한” 이타성 개념도 성립 가능

가격·연비 등 모든 조건 동일했지만
‘한눈에 띄는’ 프리우스만 판매 늘어
환경친화적 성향 드러내려는 동기
“과시적 환경보호”의 사례로 해석
환경친화적인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유독 프리우스의 수요만 불비례적으로 더 높아졌다는 사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구매 행위에 “과시적” 효과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은 도요타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모델. <한겨레> 자료사진
환경친화적인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유독 프리우스의 수요만 불비례적으로 더 높아졌다는 사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구매 행위에 “과시적” 효과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은 도요타의 프리우스 하이브리드 모델. <한겨레> 자료사진

행동경제학에서는 이타적이고, 호혜적이며, 공정함을 지향하는 행동을 가리켜 사회친화적 행동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풍요롭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친화적 행동 중 이타적 행동을 예로 들어보자. 타인에게 이득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게 되는 행동을 가리켜 이타적 행동이라 부른다. 헌혈을 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힘들더라도 투표장까지 가서 투표를 하고 오고, 크고 작은 액수의 기부금을 내고, 다소 비싸더라도 공정무역 제품과 지역 농산물을 구입하며, 품질이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환경친화적인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타적 행동이란 정의상 타인에게 이득을 주고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는 행동을 말하지만, 이렇게 행동한다고 해서 언제나 자신에게 손해는 아닐 수도 있다. 우선 쉽게 떠오르는 것은, 얼핏 희생인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면 자기에게도 이득인 경우들이다. 예를 들어, 봉사 점수를 따기 위해 헌혈을 할 수도 있고, 취업을 위해 스펙이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자원봉사를 할 수도 있으며,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일 수도 있다. 혹은 이타적인 사람이라는 평판이 장래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더 높은 이득을 가져다줄 미래의 자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라는 말도 있듯이 정직하거나 이타적이라는 것은 사업 파트너로서 갖추어야 할 좋은 자질이기 때문이다. 또는 금전적으로 곧바로 환산되기는 힘든 경우에도,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행동일 수도 있다.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혹은 이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래서 사회친화적인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당장에는 어떠한 금전적 이득도 가져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타인에게 좋은 파트너로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사업상의 파트너로서가 아니더라도, 함께 공동체를 일궈나가는 동료로서든, 아니면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워나갈 배우자로서든) 돈으로는 평가될 수 없는 가치를 갖는다.

기부액 중 익명 기부액은 1%에 못 미쳐

때로는 얻게 되는 것이라곤 심리적 만족감뿐일 수도 있다. 금전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분명 손해가 되는 일임에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함으로써 스스로가 옳은 일을, 시민적 의무를 다했다는 데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심리적 만족감조차도 타인에게 그런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아미하이 글레이저와 카이 콘라트가 제시한 수치에 따르면 공익 기관이 받는 기부액 중 익명 기부액은 1%에 못 미친다고 한다. 기부자의 신원을 밝혀야 세금 감면 등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렇게 한다는 사실을 남이 알아주는 것 그 자체가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퍼트리샤 펑크의 연구나 앨런 거버의 연구팀이 내놓은 사례를 보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 우편투표 등을 도입하는 것은 투표율을 감소시키기까지 하는데, 이들은 시민적 의무를 다하는 것에도 행위의 가시성이 중요하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뿌듯함, 혹은 스스로 대견한 일을 했다는 자기만족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타성을 제임스 안드레오니는 “불순한” 이타성이라 불렀다. 자신의 행위를 통해 심리적으로나마 자기만족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개념상 불순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이러한 이타성을 폄하하기 위해 쓰이는 말은 아니다. 단지 일방적인 희생만은 아니고, 금전적 이득은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스스로 대견하게 느끼는 등 자기의 행동으로부터 심리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말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그러한 행동들은 여전히 사회친화적이다.)

이 경우 우리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중요해진다. “순수한” 이타성과 달리 “불순한” 이타성은 행위자들이 속한 사회의 규범이나 문화, 그리고 제도적 여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불순한” 만큼,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도 나름대로 (무의식적으로라도) 비용-편익 분석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유·무형의 이득이나 만족감이 비용을 초과한다고 여겨질 때에만 그렇게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소 손해가 되더라도 시민적 의무를 다하고자 할 때, 타인의 시선이 즉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이 중요해진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 속해 있을수록 그 행동에 따르는 이득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친화적 행동을 하는 “불순한” 동기 중 하나가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으로부터 꽤 괜찮은 동료라는, 괜찮은 시민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인정받는다는 게 금전적 이득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보자. 이때 우리의 사회친화적 행동은 비용의 측면과 이득의 측면 각각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비용의 측면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따른 손해가 얼마나 클지의 문제이다. 비용이 낮아질수록 사회친화적인 행동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지만, 어쩌면 몇 가지 이유로 그 효과는 불확실할지도 모른다. 사회친화적 행동을 하는 주된 동기가 타인으로부터 좋은 시민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 비용이 너무 낮은 것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다. 누구나 그 행동을 한다면 그로부터 얻게 되는 자기만족감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용이 충분히 낮아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면, 그 일에 부여되는 후광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과시적 환경보호”라는 개념

둘째, 이득의 측면에서 사회친화적 행동을 하면 과연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는지, 그러한 평판이 정말로 이득이 되는지, 혹은 더 근본적으로 타인들이 그러한 행위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순한 이타성의 경우, 타인의 시선과 인정이 어느 정도 중요하게 부각되는지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있었다. 스티븐 섹스턴과 앨리슨 섹스턴이라는 두 사람은(참고로 이 둘은 쌍둥이 경제학자다) 베블런의 과시소비로부터 따온 “과시적 환경보호”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그 효과를 측정해 보았다. 베블런이 과시소비라는 개념을 통해 부유층의 과시소비가 그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것임을 보였다면, 스티븐 섹스턴과 앨리슨 섹스턴은 “과시적 환경보호”라는 개념을 가지고 소비자들이 환경친화적 제품을 소비하는 이유 중 하나가 환경친화적 성향을 남들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즉 환경친화적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신이 꽤 괜찮은 시민임을 인정받으려는 동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두 사람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도요타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의 구매 행위를 분석했다. 중소형차에 국한한다면, 도요타와 혼다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양대산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회사의 차들은 미국 중산층에 비슷하게 경쟁력이 있고, 믿을 만한 차로 인식되고 있었다. 배기량 기준으로 1500~1600㏄급 차량으로는(우리나라의 아반떼급) 도요타의 코롤라와 혼다의 시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하고 있었고, 2000~2400㏄급 차량인(우리나라의 쏘나타급이라 할 수 있는) 도요타의 캠리와 혼다의 어코드가 마찬가지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하고 있었다. 이 두 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았는데, 그중 중소형급을 보면, 혼다의 경우 기존 시빅과 완벽하게 동일한 디자인의 시빅 하이브리드를 내놓았고, 도요타는 기존 코롤라와 전혀 다른, 독자적인 디자인의 프리우스를 내놓았다.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시빅 하이브리드는 뒷면에 하이브리드라는 배지가 달려 있는 걸 제외하면 외양상 보통의 가솔린 엔진 차량과 전혀 구별되지 않았던 반면,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저 멀리서도 프리우스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프리우스는 가솔린 엔진 모델 없이 하이브리드용으로만 만들어졌다. 프리우스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2009년 통계로 미국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우스의 점유율은 48%가 되었다(2009년 도요타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약 17%였다). 프리우스의 약진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시빅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는 외양상 차이를 제외하고는 가격, 연비나 승차감 등 다른 조건은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따라서 프리우스의 약진은 프리우스가 혼다 시빅이나 다른 동급 하이브리드 차량들에 비해 더 우수하기 때문은 분명 아니었다. 물론 프리우스가 유선형으로 매끈하게 빠진 외양의 덕을 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두 경제학자의 연구가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다른 데 있다. 이들은 소득 수준이 비슷한 두 지역을 비교해 보았다.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지역에서 프리우스의 수요는 크게 증가한 반면, 시빅 하이브리드의 수요는 별로 증가하지 않았음을(오히려 수요가 감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친화적인 사람들이 많을수록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는 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유독 프리우스의 수요만 불비례적으로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로부터 두 저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구매 행위에서 “과시적” 효과를 찾아냈다. 사회친화적 행동을 함으로써 심리적인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는 여건 중 하나는 좋은 일을 한다고 남들이 알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프리우스처럼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좋은 일의 가시성이 극대화될 수 있어야 한다(즉, 남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친환경차를 탄다는 사실 자체를 좋은 일이라고 평가해주는 규범적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서 후자의 조건이 충족되기 쉬웠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위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규범이 중요

이 연구로부터 몇 가지 함의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저자들이 제안하는 것처럼, 동일한 환경친화적 행동이라도 행동의 가시성이 떨어지는 경우(예를 들어 집에 이중창을 만들어 보온효과를 높이거나, 돈이 더 들더라도 보일러를 더 효율적인 것으로 바꾸는 것), 그러한 노력은 사회적으로 최적인 수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가시성이 충분한 경우라면 과시적 동기에 의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환경친화적 행동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친환경적 행동을 유도하고자 한다면, 친환경차나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등 충분히 가시적인(그래서 과시가 가능한) 제품들에 대한 보조보다는, 가시성이 떨어지는 노력에 보조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제안이다.

둘째, 사회친화적 행동이 과시적 측면을 가질 때, 사람들이 사회친화적 행동을 하는 데에는 주위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규범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를 타고 다닐 때, 사람들의 눈총이 “저거 5년을 타도 본전 못 뽑는다는데, 저 차 타는 걸 보니 참 바보 같군” 혹은 “겉멋 들었군”이라고 폄하하는 사회와 “저거 5년 타봐야 본전 못 뽑는다는데, 저 차 타는 걸 보니 정말 환경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가 보군”이라고 생각하는 사회는 큰 차이가 있다. 위에서 인용한 연구에서 몇몇 도시는 후자에 가까웠고, 그런 도시들에서는 다른 곳에서라면 보통의 차를 타던 사람들까지도 친환경차를 구입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누군가의 구매나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성향이 어떤지를 드러내고자 할 때, 다른 사람도 그에 맞장구를 쳐줄 수 있어야, 사회친화적 행동은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올바른 행동을 칭찬하고 그릇된 행동에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회친화적 행동을 지지하는 힘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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