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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살아있는 개에 유전자가위, 근육퇴행질환에 일부효과

등록 2018-09-04 16:00수정 2018-09-04 17:10

근이영양증 걸린 개 4마리 대상 실험
바이러스 통해 근육세포 유전자편집
근육유지 단백질의 복원 일부 효과
“유전성 근육질환 치료 가능성” 기대
“불충분하고 성급한 실험결과” 논란도
정상 개의 근육 세포에는 디스트로핀 단백질(녹색)이 풍부하지만(왼쪽), 근이영양증에 걸린 개의 근육 세포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가운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시행한 이후에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부분적으로 복원됐다(오른쪽). 출처: 사이언스,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트 메디컬센터
정상 개의 근육 세포에는 디스트로핀 단백질(녹색)이 풍부하지만(왼쪽), 근이영양증에 걸린 개의 근육 세포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가운데).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시행한 이후에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부분적으로 복원됐다(오른쪽). 출처: 사이언스,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트 메디컬센터
세포나 배아가 아니라 유전성 질환에 걸린 살아 있는 개 개체에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분자를 직접 넣어, 개의 유전성 질환 ‘듀시엔형 근이영양증’(DMD)을 부분적으로 치료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이 논문을 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뉴스 보도에서 이번 성과가 치명적인 근육퇴행 질환을 예방,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술에 희망을 키워준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이번 실험결과가 불충분하고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등 소속 연구진(책임연구 에릭 올슨)은 주로 남자아이한테서 발병해 근육 퇴행하고 심각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질환을 구현한 모델동물인 비글종 개 4마리를 대상으로 유전자가위 실험을 행해 이런 치료 효과를 관찰했다고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논문으로 보고했다.

치료 연구의 대상이 된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은 근섬유 유지에 핵심적인 단백질인 ‘디스트로핀(dystrophin)’이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생성되지 못해 근육 퇴행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질환이다. 주로 남자한테서 어릴 적에 발병해 젊은 나이에 심장 장애나 호흡기관 장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의 표적으로 삼은 것은 디스트로핀 단백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디스트로핀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 지점이다. 영국 왕립수의대학이 어렵게 개발한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질환모델인 비글 4마리가 이번 연구에 이용됐다.

질환 연구를 위해 ‘듀시엔형 근이영양증’(DMD)이라는 유전성 질환을 지니도록 만들어진 질환모델 개들. 출처: 영국 왕립수의대(RVC)
질환 연구를 위해 ‘듀시엔형 근이영양증’(DMD)이라는 유전성 질환을 지니도록 만들어진 질환모델 개들. 출처: 영국 왕립수의대(RVC)
<사이언스> 뉴스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디스트로핀 유전자에 대한 유전자 편집 전략을 다음과 같이 짰다. 먼저 디스트로핀 단백질을 만드는 데 바탕이 되는 유전정보, 즉 디스트로핀 유전자에서 특정 염기서열 지점에서 변이가 일어나면 세포의 단백질 생성 메커니즘이 그 지점 이후의 유전 정보를 더 이상 읽지 못하는 바람에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생성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디스트로핀 유전자에서 유전 정보 읽기 과정이 중단되는 특정 염기서열 지점을 절단해 오류를 일으키게 함으로써 아예 이곳을 건너뛰어 유전 정보를 계속 읽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그렇게 되면 일부 유전정보가 소실돼 디스트로피 단백질은 조금 짧아지지만 그렇더라도 근육 유지에 필수적인 이 단백질의 기본 기능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디스트로피 유전자의 특정 지점을 절단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분자를 설계, 제작해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부속 바이러스(AAV)에다 탑재했다. 이 바이러스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분자들을 근육 세포의 핵 안에다 실어나르는 운반체 구실을 한다.

연구진은 생후 1개월인 강아지 2마리의 심장 조직과 골격근에다 유전자가위 탑재 바이러스를 근육 주사로 주입했다. 또 다른 생후 1개월의 강아지 2마리에는 같은 바이러스를 동맥 주사 방식으로 주입했다.

그런 다음에 각각 6주와 8주 뒤에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질환모델 강아지들의 골격근과 심장 조직에 나타나는 디스트로핀 단백질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랬더니 강아지들의 근육에서 디스트로핀 단백질이 생성되는 게 관찰됐으며, 특히 정맥 주사 방식으로 유전자가위 분자가 주입된 강아지들에서는 눈에 띄게 높은 수치로 디스트토핀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디스트로핀 단백질은 횡경막 근육에서는 정상 강아지의 58%나 됐으며, 심장 조직에서는 92%나 됐다고 한다.

이런 결과는 현재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유전성 질환인 듀시엔형 근이영양증에 새로운 치료술이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유전자가위 분자를 직접 넣어 유전성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보여준 동물실험 결과는 지난해 12월에 유전성 청력손실 질환모델의 쥐에서 유전자 편집을 시행해 청력손실을 늦출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쥐보다 훨씬 큰 포유류를 대상으로 유전자 치료 연구가 이뤄져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실험결과는 완결적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여러 한계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의 뉴스 보도를 보면, 논문에서는 이렇게 개선된 강아지에서 근육의 ‘기능’까지 회복했다는 증거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으며, 논문에서 관찰한 기간이 6주 내지 8주에 불과하고 실험 대상도 4마리뿐이어서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아지들은 실험 이후에 안락사되어 치료의 장기적 효과는 확인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일부 연구자는 논문의 책임연구자가 지난해 설립한 자신의 생명공학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고 실험연구를 서둘렀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이에 연구진은 더 오래 철저히 이뤄질 본격적인 개 실험에 앞서 가능성을 우선 확인하고자 연구를 빠르게 진행했을 뿐이며 연구윤리를 의식해 최소의 실험동물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살아 있는 개체의 체세포에 직접 적용하는 유전자 치료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사례로 자주 인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미흡한 점들을 보완하는 후속 연구들이 나오기 전까지는 논란의 여지도 남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연구는 유전자가위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인체 안전성 문제가 남아 있는데다 현재 보여준 방식이 개체 몸에다 유전자가위 분자를 계속 주입해야 하는 문제도 있어, 인체 치료술로 나아가기까지는 여전히 훨씬 더 많은 연구들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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