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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파란색 지구 온난화로 더 새파래진다

등록 2019-02-06 11:48수정 2022-01-04 14:04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온난화로 식물성 플랑크톤 변화
세기말 해양 50% 색깔 바뀔 것
아열대는 청색, 극지역은 초록색
지구 온난화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의 조성에 변화가 생겨 바다색이 더욱 파랗게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MIT 제공
지구 온난화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의 조성에 변화가 생겨 바다색이 더욱 파랗게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MIT 제공
이번 세기 말까지 지구 해양의 색깔이 지금보다 더욱 새파래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위성사진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라 바다의 색깔이 광범위하게 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 이런 바다색의 변동에 주요 구실을 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지구 온난화에 따른 변화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사한 결과 해가 갈수록 바다색이 더 파랗게 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할지, 지구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이들 미소 생물의 분포가 어떻게 변할지를 모사하는 지구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팀이 모델을 작동해보니 기후변화로 인해 21세기말까지 세계 바다의 50% 이상의 색깔이 변하는 것으로 나왔다.

아열대지역처럼 현재 푸른색 지역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현재보다 줄어들어 더욱 파랗게 변할 것으로 예측됐다. 극 지역처럼 오늘날 녹색으로 보이는 지역은 따뜻해진 기온 덕에 더욱 다양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해 더 짙은 초록색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됐다.

논문 주저자인 스테파니 더트커비츠 엠아이티 ‘지구와 대기 및 행성과학부’ 책임연구원은 “플랑크톤의 변화가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을 만큼 크지는 않고, 아열대지역은 파란색으로, 적도지역과 극지역은 녹색으로 보이는 기본적인 패턴은 변하지 않겠지만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존하는 먹이사슬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색은 햇빛이 물 속에 있는 무엇인가와 상호작용해 생긴다. 물 분자는 빛의 스펙트럼에서 파란색 부분을 제외한 다른 빛은 모두 흡수한다. 파란색은 외부로 반사되기 때문에 망망대해를 우주에서 보면 파랗게 보인다. 바다에 어떤 유기물이 있으면 이들 또한 빛의 특정 파장대를 흡수할 것이다. 어떤 파장대일지는 유기물의 특성에 달려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 게이티이지뱅크 제공
식물성 플랑크톤. 게이티이지뱅크 제공
예를 들어 식물성 플랑크톤은 염록소를 가지고 있는데, 이 염록소는 주로 햇빛의 청색 파장을 흡수해 광합성을 위한 탄소를 만들어내는 반면 녹색 부분은 덜 흡수하는 색소이다. 식물성 플랑크톤 곧 조류가 풍부한 바다의 색깔이 녹색이 되는 이유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표층에 살면서 햇빛과 이산화탄소로 광합성을 한다. 탄소를 바다로 끌어들이는 한편 산소를 대기에 내보낸다. 유기물이 사멸하면 바다 깊이 탄소를 저장하게 되는데, 이는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류 특히 난류의 영향에 민감한데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햇빛과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영양소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바다 표층수 온도가 상승하면 물의 계층화가 촉진돼 표층수와 심층수가 섞이는 수직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영양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진다.

1990년대 말엽 이후 인공위성은 바다색을 관측해왔다. 이 영상들로 연구팀은 엽록소의 양과 나아가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을 계측했다. 더트커비츠는 “하지만 염록소가 기후변화를 알려주는 민감한 신호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염록소의 주요한 변화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맞지만 자연적인 날씨 현상 때문에 정상적으로 주기적으로 증가하는 ‘자연적인 변동성’ 때문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엘니뇨나 라니냐는 해양의 부존 영양소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염록소에 큰 변화를 초래한다. 여러 해 동안 일어나는 이 큰 자연 변동 때문에 염록소의 변화가 관찰되더라도 그것이 기후변화 때문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염록소를 직접 관찰하는 대신 인공위성 관측 영상을 조사함으로써 식물성 플랑크톤에 영향을 끼친 기후변화의 분명한 신호를 발견하는 데 주력했다. 연구팀은 과거에 기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에 따른 식물성 플랑크톤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사용한 컴퓨터 모델을 수정했다. 모델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와 성장 관련 정보들을 입력하고 또 이 정보들을 해류를 모사하는 물리 모델과 통합했다. 여기에 여타 해양 모델들에는 없는 새로운 요소를 첨부했다. 곧 해양에 의해 흡수되거나 반사되는 빛의 특정 파장대를 예측하는 기능이다. 이 빛의 파장대는 특정 지역의 유기물 종류와 양에 따라 달라진다. 더트커비츠는 “빛이 바다에 닿으면 염록소처럼 그것을 흡수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조개껍질처럼 빛을 흡수하거나 산란시키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빛이 해양 밖으로 반사돼 바다색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모델의 결과 값과 인공위성이 과거에 촬영한 바다색을 비교해 모델이 미래의 환경 변화에 따른 바다색을 예측하는 데 충분히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아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일어날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3도까지 올라갔을 때를 가정해 모델을 모사해보니 청-녹색 주파대에서 빛의 파장이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청-녹색 주파대는 기후변화의 뚜렷한 신호이며, 특히 이 변화가 염록소의 지구 변화에 따른 변화가 2055년까지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던 것과 달리 훨씬 일찍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더트커비츠는 “염록소는 변하지만 워낙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눈으로 관찰하기는 어려운 반면 특정 주파대의 주요한 변화는 인공위성에 그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이미 식물성 플랑크톤 조성에 변화를 가져왔고 따라서 바다의 색깔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번 세기말 지구의 색깔은 변할 것임에 틀림없다. 더트커비츠는 “21세기 말이면 해양의 50%가 색깔이 변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식물성 플랑크톤의 변동은 다른 빛을 흡수한다는 것이고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조성이 달라져 그들에 의존하는 먹이사슬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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