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보다 1.7% 증가해 33기가톤에 이르렀다. 국제에너지기구 제공
2018년 세계 에너지 수요가 2.3% 증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보다 1.7% 늘어나 처음으로 30기가이산화탄소톤(GtCO₂)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7일 ‘2018년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현황 보고서’를 발간해 “지구 온도 상승에 대한 화석연료 사용의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 석탄화력발전에 의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 연평균 지표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상승할 때 0.3도 이상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석탄이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단일 요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모든 에너지원의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특히 화석연료는 2년 연속 70%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태양광은 31% 성장을 했지만 이는 석탄 수요가 촉발시킨 세계의 높은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계 전력 수요는 4%, 2만3천테라와트(TWh) 증가해 에너지 최종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가까이에 이르렀다. 재생에너지가 전력 수요 증가의 절반을 차지하며 전력발전 성장의 주요 요인이 됐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중국이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에너지 원단위(에너지 강도·Energy Intensity)는 2018년 1.3%가 향상됐지만 2014~2016년 상승률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에너지 원단위 상승은 3년 연속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데, 에너지 효율 향상 정책 추진의 약화와 에너지 집약 산업의 수요 성장이 원인으로 꼽힌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지난해 에너지 수요 증가는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빠른 상승세였다. 특히 2018년은 가스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해였다. 가스가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의 절반을 감당했다. 재생에너지의 급성장에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증가했다. 이는 청정에너지기술 개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에너지 효율 향상, 이산화탄소 포집과 활용, 저장을 포함한 투자와 혁신의 촉진 등 모든 분야에서 좀더 시급하게 행동에 옮겨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의 70%가 미국과 중국, 인도에 의한 것이다. 미국은 석유와 가스 수요에서 가장 큰 증가를 보였는데, 특히 가스 소비는 2017년보다 10%가 늘어났다. 이는 1971년 국제에너지기구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증가율이다. 지난해 미국의 연간 가스 소비 증가량은 영국의 전체 가스 소비량과 맞먹는다.
세계 가스 수요도 2010년 이래 연평균 4.6%로 급성장하고 있다. 수요 증가와 더불어 석탄 전환 추세에 힘입어 최근 2년 연속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가스 수요 증가가 미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중국의 증가율도 거의 18%에 이른다.
석유 수요는 1.3% 증가했는데, 미국이 석유화학산업을 확장하면서 산업 생산과 운송 서비스가 늘어나 20년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석탄 소비는 0.7% 성장했다. 이는 아시아에서만 증가했는데, 특히 중국과 인도 및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늘어났다.
원자력 역시 3.3%가 증가했다.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후쿠시마원전사고 이전과 같아졌다. 주로 중국의 신규 원전과 일본의 원전 재가동에 기인한다. 원자력은 세계 에너지 수요의 9%를 감당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 아시아에 집중 발전소 나이 12년 불과
2018년 전지구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1기가이산화탄소톤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화석연료 유래 배출량이 증가해 발전 부문이 전체 배출량 증가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석탄화력발전에서만 배출량이 10기가이산화탄소톤을 넘어섰는데, 주로 아시아에서 발생했다. 중국, 인도, 미국이 배출량 순증가분의 85%를 차지했다. 반면 독일, 일본, 멕시코, 프랑스, 영국 등은 배출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2010년 이래 평균 증가율보다 70%가 높은 것이다. 지난해 증가한 560메가이산화탄소톤(MtCO₂)은 국제선 항공기들이 일년 동안 운항하면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는 2014~2016년에 정체를 보였다. 이 기간에도 세계 경제는 성장세였다. 이런 엇박자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석탄 수요를 감소시킨 저탄소기술의 개발 덕분이었다. 하지만 2017~2018년에는 저탄소 기술 개발 동력이 약해져 높은 경제성장률을 에너지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경제 생산이 1% 증가할 때 0.5% 증가했는데, 이는 2010년 이래 0.3%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그나마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에너지 수요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 느리게 성장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지구 온도 상승에 대한 화석연료 사용의 영향을 평가했다. 석탄발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 연평균 지표면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도 상승할 때 0.3도 이상 책임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석탄이 지구 온도 상승에서 가장 큰 단일 요소임이 밝혀진 것이다.
CO₂ 배출량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석탄발전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7년에 비해 2.9%, 280메가톤 증가해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큰 요인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석탄발전은 세계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은 아시아 지역이다. 이곳 석탄화력발전소의 평균 가동연수는 12년으로, 평균 수명 40~50년보다 수십년이 적다.
석탄 소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석탄-가스 전환도 함께 증가해 세계 에너지의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를 낮추는 데 기여했다. 석탄-가스 전환은 석탄 수요를 60메가톤 줄였으며, 저탄소 집약의 천연가스로의 전환이 95메가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 이런 석탄-가스 전환이 없었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 이상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미국에서 주로 추진한 석탄-가스 전환 정책은 각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메가톤, 40메가톤 줄이는 데 기여했다.
재생에너지 증가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215메가톤을 줄였는데, 이는 발전 부문이 재생에너지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다. 주로 중국과 유럽에서 이뤄졌는데, 이들 지역이 세계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메가톤을 줄였다.
에너지 효율화가 배출량 제동의 가장 큰 동력이지만 2018년에는 전년에 비해 40% 가까이 기여도가 줄어들었다. 이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 실천이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는 분석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