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의 온난화는 중위도 지역의 장기적 가뭄 원인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북극 빙하.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현재의 북극 온난화와 1만년 전 빙하기 이후 조건이 비슷해 향후 장기적인 가뭄이 닥칠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됐다.
미국 와이오밍대 연구팀은 “북극의 온난화가 극지방과 열대지방의 온도 격차를 감소시키고 이는 강수량 감소와 태풍의 약화, 중위도 제트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은 1만년 전 장기 가뭄을 일으킨 선행 조건들이었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지난주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4일치 인쇄판에 실린다.
열대와 극지방 간 온도 격차는 여러 기상 현상을 일으키는 요소의 하나이다. 두 지역의 기온차가 클 때는 강수량이 증가하고 태풍이 강해지며 강풍이 분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고 극지방이 따뜻해지면서 온도 격차는 줄어드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대 지질학 및 지구물리학부의 브라이언 슈먼 교수는 “연구팀 분석 결과 북극이 온난화하면 제트기류와 여타 바람들이 약해진다. 북극과 열대 사이의 온도 격차는 크지 않게 되고, 이런 변화는 중위도 지역에 강수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논문 작성에는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코넬대, 벨기에 카톨리크 드 루바인대 등 연구팀이 공동 참여했다.
슈먼 교수는 “연구팀은 역사상 온도 변화에 의해 도래한 극심한 가뭄 시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지구 기온 상황이 오늘날과 비슷하게 변했을 때 곧 북극의 온난화가 진행됐을 때 중위도 지역 특히 와이오밍같은 북미 중부지역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기후모델들은 미래에 비슷한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열대 기온차에 따른 대기 순환과 기상 변화 모식도. ‘네이처’ 제공
현재 북반구 고위도 지방의 온난화율은 전지구 평균의 두배이다. 이는 적도와 극지역 사이의 온도차 기울기를 작게 만드는데, 홀로세(신생대 제4기) 초기에서 중기 사이 때와 유사하다.
연구팀은 지질학적 증거를 통해 과거 1만년 동안의 가뭄 상황들이 어떠했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을 했다. 연구에는 우즈호, 리틀윈디힐 호수 등 와이오밍 주변 수역이 주요 분석 대상으로 쓰였다. 슈먼 교수는 “호수에는 가뭄과 홍수 조건이 기록돼 있다. 호수 수위가 오르고 내릴 때 지질학적 증거들이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19곳에서 236개의 기록을 채취해 홀로세 기온을 분석했다. 많은 호수들은 과거에는 오늘날보다 수위가 훨씬 낮았다. 연구팀은 또 100년 전, 2000년 전, 1만년 전 등 세 시기로 나눠 열대와 극지방 간 기온차의 변화를 조사했다. 과거 100년 동안은 분석할 수 있는 많은 자료가 있는 반면 2000년 전, 1만년 전 자료는 적다. 나이테는 2000년 전 기온을 간접적으로 추정하게 해준다. 그 이전의 기온과 강수량은 호수 및 동굴 퇴적층과 빙하 등을 통해서 파악했다. 슈먼 교수는 “와이오밍에서 수천년 동안 많은 호수들이 말라 있었고 현재는 초목지대인 곳이 당시에는 모래사막이었다. 오늘날 대서양 연안까지 초목지대를 이루고 있지만 1만년 전에는 대서양 연안도 대평원만큼 건조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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