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폭포 인근의 방해석 매장 지대. 미국 럿거스대 제공
연안 해구와 화산 지대 사이의 지하에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19%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자연적으로 저장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런 일을 하는 건 놀랍게도 지표 아래에 사는 미생물이었다. 미생물들은 바이오매스에 대량의 탄소를 저장하고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방해석이 형성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영국과 미국, 이탈리아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발견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24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화산이 이산화탄소 농도에 미치는 장기 영향과 또 그것이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에 의해 얼마나 완화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한 자연과 인간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와 연관된 주요 온실가스이다.
미국 럿거스대 박사후과정 시절 연구에 참여한 이탈리아 나폴리대의 도나도 지오바넬리 교수는 “미미한 미생물이 거대 규모의 지질 활동과 지구 기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지구과학부 시절 논문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하고 지금은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피터 배리는 “연구팀은 대량의 탄소가 화산을 통해 방출되거나 지구 내부로 가라앉지 않고 비화산지대에 고정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생물이 해양 탄소를 맨틀까지 이동시키는 데 별다른 구실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생물학적 작용과 화학적 작용은 탄소를 맨틀로 이동시키는 데 중요한 문지기 노릇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생물들이 어떻게 섭입대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휘발성 물질들을 고체나 액체의 물질로 변환시키는지 밝혀냈다. 미생물들은 물 속에 용해된 탄소를 고정해 암석 속 광물로 변환시킨다. 섭입대는 두 지각판이 충돌하는 곳으로, 밀도가 높은 판이 가라앉으면서 지표 물질들을 지구 내부로 이동시킨다.
섭입 과정을 통해 지각판 모서리에 해구와 화산 호(화산 띠)가 생긴다. 일본과 남미, 중미가 대표적 사례이다. 호 화산은 섭입됐던 해양 퇴적층, 해저 지각, 맨틀 암석 등의 물질들이 대기로 재방출하는 과정에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핵심 지점이다. 지구 지각 아래에는 약 3000㎞ 두께의 반고체 상태의 뜨거운 암석인 맨틀이 놓여 있다.
지구 이산화탄소의 90%는 핵과 맨틀, 지각에 포함돼 있다. 해양과 생물권, 대기권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는 10%에 지나지 않는다. 섭입대는 지표와 내부를 연결하는 통로로, 두 지점 사이에 탄소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아는 것은 지구의 기후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연구는 코스타리카의 니코야반도에서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해구와 이른바 호 전면부(forearc)라 불리는 화산 호를 탐사했다. 12일 동안 2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열수구에서 바닷물을 채취했다. 연구 결과 호 전면부는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탄소의 94%가 방해석 광물과 미생물 바이오매스로 변환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논문 공저자인 옥스포드대 지구과학부 크리스 밸런틴 교수는 “화학물질들을 지구 내부로 내려보내는 섭입대에서 생물이 탄소를 고정하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 지질학적 시간 척도로 보면 지표의 화학물질을 조절하고 탄소와 같은 원소들을 지각에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생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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