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별 성장세 그래프. 1964~2004년보다 2005~2014년의 성장세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지구물리학회 제공
중국 북방의 영구동토지역 숲에 있는 낙엽송들은 기후변화 탓에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잘 자라 오히려 산림이 사라질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우려했다.
중국 선양농업대 연구팀은 13일 “지구 최북단 영구동토층의 점유종인 다후리안 낙엽송의 나이테 연구를 통해 이 내한성 수목이 2005~2014년 10년 동안 이전 40년 동안보다 더 많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오래 된 나무들이 급성장해 400년 이상 된 나무들은 300년 이상 된 나무들보다 지난 10년 동안 더 빨리 자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논문은 미국지구물리학회(AGU) 학회지 <지구물리연구:생지구과학>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자들은 토양 온도가 상승해 영구동토층 두께가 얇아지면서 뿌리가 더 넓게 뻗어가 많은 양분을 흡수해 급성장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빠른 성장은 단기간에는 수목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해가 될 수 있다. 기후가 계속 따뜻해지면 수목 아래 영구동토층이 사라져 저성장 나무들의 지지층 구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다른 나무들은 최북단의 영구동토층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북부 아시아의 낙엽송이 사라진다면 전체 생태계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논문 주저자인 중국 선양농업대의 장시안량은 “낙엽송의 사멸은 산림 생태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후리안 낙엽송은 지구 최북단 수종으로 추위에 가장 잘 견디는 나무이다. 이 낙엽송은 러시아, 몽골, 중국의 차가운 영구동토층 평원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수종이다. 중국 지역에서는 이 나무를 ‘박노수’(thin-old-tree)라고 부른다. 나무들이 동토층의 얕은 층에서 느리게 성장하면서 400년 넘게 살아남기 때문이다.
지구의 영구동토는 최근 몇십년 동안 기온 상승에 따라 점점 녹아가고 있다. 때때로 습지나 늪지대로 바뀌어버린다. 연구팀은 중국 북동지역의 오래 된 숲에서 400년 이상 된 다후리안 낙엽송의 나이테를 분석했다. 특히 나무들이 온난화 속에서 어떻게 적응해가는지 보기 위해 나무들 중 최남단에 있는 나무들을 집중 조사했다.
중국 북부지역 영구동토 평원에서 자라고 있는 다우리안 낙엽송들. 기후변화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선양공업대 제공
나이테는 나무가 1년에 얼마나 자랐는지 알려준다. 나무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 대부분 성장을 이룬다. 다후리안 낙엽송은 150살 무렵까지 빠르게 성장한다. 이 시점부터 성장이 늦춰지고 300년이 되면 성장을 멈춘다.
연구팀은 나무 나이테의 폭을 토대로 나무 전생애에 걸쳐 연도별 횡단면의 면적을 계산했다. 그 결과 다후리안 낙엽송은 2005~2014년 10년 동안 1964~2004년 40년 동안보다 더 많이 자랐다. 이런 효과는 나이가 많은 나무일수록 더 컸다. 300년 이상 된 최근 10년 동안 과거 40년에 비해 80% 더 자랐다. 250~300년 된 나무는 35%, 250년 이하 나무는 11~13% 더 자랐다.
장은 “노거수의 성장은 비정상적인 일이다. 그것은 마치 100살 노인이 갑자기 키가 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나이가 많은 나무들이 젊은 나무보다 더 많이 성장한 것은 노거수들이 땅에서 양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뿌리 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연구팀은 이런 비정상적 성장의 원인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50년에 걸친 나무들의 성장률과 토양 온도와 강수량 같은 기후 요소들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특히 겨울철에 토양 온도의 상승이 급성장의 동력일 것이라는 단서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따뜻해진 기온이 영구동토층의 두께를 줄여 나무 뿌리들이 더 많은 양분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토양의 온난화는 초기에는 다후리안 낙엽송에 이득이지만 동토의 해동이 더 진행되면 나무의 성장세가 꺾이고 심지어 숲이 황폐화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내다보고 있다. 다후리안 낙엽송은 습지에선 살아남지 못한다. 따라서 동토가 습지나 늪지대로 바뀌면 숲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장은 “장래에 낙엽송 숲이 이 지역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결코 한대림에 좋은 신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