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늪지대 수목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2624살의 낙우송이 발견됐다.
미국 아칸소주립대 연구팀은 학술지 <환경연구 커뮤니케이션스>(Environmental Research Communications)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노스캐롤라이나 블랙리버 습지대 나무들의 나이테 분석을 통해 적어도 2624살인 낙우송(
Taxodium distichum)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낙우송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낙엽 큰키나무로 호수나 강가에서 자란다.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신문인 <샤롯데 옵저버>는 이 나무가 “예수나 로마제국, 영어보다 더 나이가 많다”고 표현했다.
연구팀은 미국 동부의 기후 역사를 정립하는 한 방법으로 나이테를 연구하는 동안 이 낙우송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나이테를 이용한 연륜 연대측정법으로 나무 나이를 추정하고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으로 확인했다. 나이테의 넓이와 색깔은 나무 나이를 특정하는 외에도 어느 해가 건조했는지, 비가 많이 왔는지 등을 알려준다.
선행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블랙리버 ‘세자매늪’의 낙우송들이 가장 오래된 수목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당시 몇몇 나무는 1000~1650년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낙우송들은 연구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수명이 훨씬 길었다. 2624살 나무 외에도 연구팀은 같은 늪에서 2088살짜리 낙우송을 발견했다.
미국 노스캘로라이나에서 발견된 낙우송들의 나이테는 2000년 강수량의 변화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낙우송의 가을철 모습(a
논문 교신저자인 맥스 토벤슨 아칸소주립대 지구과학부 교수는 “연구팀은 단지 이곳에서 110그루의 살아 있는 낙우송만을 분석했다. 이 늪에 있는 수만 그루의 나무들 중 극히 일부이다. 블랙리버 수로 106㎞ 안에는 2000살이 넘는 낙우송들이 몇 그루는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낙우송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늪지대 수목임이 확인됐다. 이번 발견을 통해 낙우송은 비 무성번식 수목에서는 다섯번째로 오래된 종으로 등극했다. 가장 오래 된 나무들은 시에라 향나무(
Juniperus occidentalis), 세쿼이아(
Sequoiadendron giganteum), 아르헨티나 낙엽송인 알레르세(
Fitzroya cupressoides), 미국 그레이트베이슨의 강철소나무(
Pinus longaeva) 등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나무는 캘리포니아 근방의 화이트산맥에서 발견된 강철소나무로 무려 5066살이다. 얼추 새로 발견된 낙우송의 두 배이다. 가장 오래된 무성번식 수목은 유타주에 ‘판도’(Pando)라고 알려진 사시나무 숲 안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일 조상에서 뻗어나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나무들의 군락을 이루는 무성번식 수목은 몇만년 동안 살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 대상인 노목들은 국제자연보호협회(Nature Conservancy)의 노스캐롤라이나지부가 소유한 6400㏊의 보호지에서 살고 있으며 협회와 노스캐롤라이나 의회가 이곳을 주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낙우송들은 벌목과 바이오매스 생산뿐만 아니라 산업공해와 기후변화 때문에도 위협받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늪은 해수면보다 2m 높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면 범람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