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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식물 숨구멍 형성원리 규명…기후 저항성 작물 개발길 열어

등록 2019-07-01 15:51수정 2019-07-01 15:54

[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기공이 식물 잎 속 공기유통 조직 결정해
인류 적은 수분에 견디는 밀 육종했듯이
“건조 기후 저항성 작물 만들 수 있을 것”
영국 셰필드대 연구팀이 식물 잎의 기공이 내부 조직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기후 저항성 작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셰필드대 제공
영국 셰필드대 연구팀이 식물 잎의 기공이 내부 조직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기후 저항성 작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셰필드대 제공
영국 연구팀이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세포로 날라다주는, 잎의 허파에 해당하는 공기 유통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원리를 밝혀냈다.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가뭄에도 생존할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는 데 단서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식물학자들은 19세기에 이미 식물 잎들이 ‘기공’이라 불리는 숨구멍과 복잡한 내부 공기 유통 조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어떻게 이들 통로가 이산화탄소를 모든 세포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적재적소에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한 상태다.

영국 셰필드대 지속가능식량연구소 연구팀은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해 잎에 기공이 많을수록 (세포 안에) 기실이 많이 형성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7일(현지시각)치에 게재한 논문에 보고했다. 공기 통로는 (허파의) 세기관지처럼 활동한다. 가느다란 세기관지는 공기를 인간이나 동물의 폐 표면으로 이동시켜 (산소-이산화탄소) 교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조직이다.

연구팀은 영국 노팅엄대와 랭카스터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기공을 통한 이산화탄소의 이동이 공기 유통 조직의 모양과 크기를 결정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은 잎의 내부 구조에 대한 이해, 나아가 조직의 기능이 조직의 발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이해에 한발 다가서는 중요한 진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밀과 애기장대 잎의 구조별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 영상.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밀과 애기장대 잎의 구조별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 영상.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이번 연구는 또한 밀이 수세대에 걸쳐 인간에 의해 잎에 적은 기공과 적은 공기 유통 조직을 갖도록 육종돼 왔고, 이것이 밀 잎을 매우 조밀하게 만들어 적은 수분으로도 자랄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새로운 단서는 과학자들이 밀과 같은 주요 작물을 잎의 내부 구조를 조작함으로서 좀더 높은 수분 효율성을 가진 작물로 육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런 접근은 기속가능식량연구소의 다른 연구팀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이 연구팀은 극한의 건조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기후 저항성 쌀과 밀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셰필드대의 앤드류 플레밍 교수는 “지금까지 식물들이 복잡한 공기 유통 조직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수수께끼였다. 연구팀은 잎을 통한 공기의 이동이 내부의 작업들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식물 진화 이해에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식물 잎 구조.
식물 잎 구조.
그는 또 “인간이 이미 수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밀을 육종함으로써 의도에 상관없이 식물이 숨쉬는 방식에 영향을 끼쳐왔다는 사실은 ‘기후붕괴’로 인해 맞닥뜨릴 극한의 가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식물의 공기 유통 조직에 (연구개발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랭카스터대의 마조리 런드그렌 교수는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잎의 기공과 기실의 발달이 연계돼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 하지만 어느 것이 다른 것의 발달을 유발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팀은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분석을 포함한 일련의 첨단 장비들을 사용해 다양한 잎의 구조들을 지닌 식물종들을 분석해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기공의 발달이 기실의 확장을 촉발한다는 것을 밝혀내는 동시에 한발 더 나아가 기공이 기실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가스 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엑스-선 영상화 작업은 노팅엄대학의 하운스필드센터에서 수행됐다. 센터장인 새처 무니 교수는 “최근까지 식물학에서 엑스-선 컴퓨터단층촬영이나 컴퓨터 엑스-선 체축 단층 촬영(CAT) 의 적용은 뿌리 등 식물의 땅속에 가려진 부분이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셰필드대팀과의 공동연구에서 연구팀은 이 기술로 식물 잎의 세포 구조를 3차원으로 영상화했으며, 이는 잎 속 기실의 복잡한 구조물이 식물의 활동을 어떻게 조정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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