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아마존 밀림이 우파 정부인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 이후 개발과 벌목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가 보도했다. ‘비비시’ 제공
‘브라질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1분마다 축구장 면적의 아마존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 분석에서 올해 상반기 아마존 밀림의 소멸 속도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2일 보도했다. 특히 최근 두달 동안에는 평균 1분마다 1헥트아르(1만㎡)의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장 넓이(8250㎡)보다 큰 숲이 하나씩 없어지는 셈이다.
공식적인 통계에 나타난 숲 소멸의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목축지 개발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전임 정부들은 연방정부 정책과 벌금제도를 통해 아마존 밀림의 개발을 막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집권한 보우소나루 우파 정부는 벌금제도를 비판하며 개발 제한 정책을 폐기했다. 이후 벌목 통나무 압수 물량과 환경파괴 범죄 기소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브라질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아마존 밀림의 파괴는 주로 목축지 개발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비시’ 제공
아마존 밀림은 수십만년 동안 형성된 수십억 그루의 나무들로 엄청난 양의 탄소를 품고 있다. 나무의 잎은 해마다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최근 한 연구는 아마존 밀림의 수목들이 1980~2010년 사이 아마존 숲을 보유하거나 접경하고 있는 9개 국가에서 배출하는 화석연료 유래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을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 밀림은 지구에서 가장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모든 동식물 종의 10%가 이곳에서 서식하고 있다. 또한 수렵생활을 하는 100만명의 토착 주민들이 살고 있다.
비비시가 익명으로 인터뷰한 브라질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기업농과 소규모 농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대중주의(포퓰리즘)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은 아마존 지역이 과잉 보호되고 있으며, 환경 관료들이 과도하게 영향력을 끼쳐왔다고 비난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보우소나루는 밀림 보호 법률을 완화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수목 보호 담당 공무원들을 공격했다.
아마존 밀림의 개발은 숲의 생태계를 파괴할 뿐더러 100만명에 이르는 토착 주민의 삶터도 위협한다. ‘비비시’ 제공
브라질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사람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생태적 유산을 보존하려 노력할 때 우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해 마치 우리가 아마존의 적이 된 것 같다”고 비비시에 말했다. 그는 “집권세력은 우리가 보호구역이 침해되고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보호돼야 할 지역을 점유하고 있다는 진실을 말할 것을 우려해 우리가 외부와 대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숲의 파괴 정도는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보다 훨씬 나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비비시 기자에게 “정부는 데이터가 잘못됐다, 수치들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주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성의 국지 영상을 취급하는 민간 전문가를 고용해 현 정부 기관의 업무 수행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현재 우기가 끝나가는 시점으로 밀림 파괴는 주로 건기에 일어나기 때문에 밀림의 소멸 속도가 빨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최근 피해를 본 지역의 많은 부분이 아직 인공위성 영상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사실 더 나빠질 수 있다”며 “밀림 침해와 파괴에 저항해 싸우고 밀림을 보존하기 위한 동지가 필요하기에 사람들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비시는 브라질 정부 각료들한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비비시’ 제공
‘적도지방의 트럼프’로도 지칭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올해 초 아마존 자원 개발의 동업자로서 미국 대통령을 초청했다. 지난달 브라질 현지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환경장관 리카르도 살레는 “지주들은 숲 보전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며 선진국들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아마존 밀림 보존을 촉구하는 외부 목소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 경호실장인 아우구스토 헬레노 페레이라 장군은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세계 유산이라는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넌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존은 브라질이고, 브라질 유산이다. 브라질의 이익을 위해, 브라질에 의해 운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십년 동안 농업 관련 기관들은 토착민 보호구역을 포함한 밀림 보호지역망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개발도상국에 대해 너무 규제가 심하다고 항의해왔다. 소와 콩 주산지인 산타렘시 농민조합의 지도층 인사인 반데를리 웨그너는 “다른 국가들은 농업을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데 브라질에 대해서는 하지 않기를 원하느냐”며 “아마존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들이는 미국과 유럽은 그들 자신 숲에 대해서는 훨씬 느슨하게 통제하고 있다. 유럽은 거의 숲이 남아 있지도 않다”고 비비시에 항변했다. 그는 “우리는 아마존을 개발해야 한다. 4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여기에서 살고 있고 그들은 개발을 원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브라질 시민의 헌법적 권리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