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더 많이 품을 수 있는 삼림 면적은 기후변화를 해결할 만큼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스위스 연구팀이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문제는 신속하게 행동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구가 품을 수 있는 삼림 면적은 44억㏊에 이르며 아직 9억㏊의 삼림을 더 만들 수 있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4일(현지시각) “지구에 얼마나 많은 양의 수목이 살 수 있는지, 수목들이 어디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분석했다”며 “지난 100년 동안 유례 없이 높아진 대기의 탄소 농도를 약 25%까지 감축할 만큼의 수목이 지구에 더 자랄 수 있다”고 <사이언스> 이날치에 게재한 논문에서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인 토머스 크라우더 취리히공대 교수는 “우리는 삼림 회생이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부족하다”며 “연구팀은 숲의 회생이 현 기후변화를 해결할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공대 연구팀이 지구에 만들 수 있는 삼림 분포를 추정한 지도.(위) 현재 식생하고 있는 삼림을 제외하고 추가로 숲을 회생시킬 수 있는 지역을 추산한 지도(아래). <사이언스> 제공
수목은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제거하기 때문에 광범위한 삼림 회생은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최신 보고서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를 1.5도로 제한하려면 10억㏊ 면적의 삼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현재와 미래의 기후 조건에서 얼마나 많은 수관피복(tree cover)이 가능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삼림 회생 목표가 실현가능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크라우더 교수와 논문 제1저자인 진-프란수아 배스틴 연구원은 8만여개 삼림을 망라하고 있는 ‘세계 삼림 관찰 자료 총람’을 바탕으로 구글어스 엔진의 지도 제작 프로그램과 결합해 현재의 기후 조건 아래 전세계 수관피복 잠재력 지도를 도출해내는 예측모델을 만들었다. 연구팀이 이 모델로 전지구 수목 식생 잠재력 지도를 그린 결과 현재의 기후조건에서 수관피복 면적이 44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현존하는 수목과 농업지역, 도시지역을 배제하고도 지구의 생태계는 9억㏊의 수관피복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으며, 이들 수목이 자라면 인간 유래 탄소 배출량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5기가톤(Gt) 이상의 탄소를 격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전지구 삼림 회생 지도가 좀더 효과적인 지구 규모의 회생 목표 지점을 찾고 지역 규모의 삼림 회생 사업을 유도하는 데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지금의 기후변화 추세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전지구 수관피복 면적이 2050년까지 최대 2억2300만㏊까지 줄어들며 주로 열대지방에서 소멸이 일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코네티컷대 로빈 체이즈던 교수와 브라질 상파울로대 페드로 밴칼리온 교수는 같은 날 <사이언스>에 실은 ‘조망’(Perspective) 논문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상실로 인한 파멸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인류는 자연 생태계를 보존하고 복원해야 한다”며 “많은 국제 기구와 조직들이 재앙적인 환경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숲 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어느 곳에서 어떻게 복원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스위스 연구팀의 논문은 지구의 삼림 분포 현황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삼림 지역이 계속 감소하고 있고 삼림 복원 노력이 온난화가 진행된 환경에서는 더 어렵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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