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팽창으로 2050년까지 서식지 일부라도 상실하는 야생동물이 9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케냐 나이로비 시내를 배경으로 기린이 나이로비국립공원에 서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구 증가에 따른 농업 팽창으로 2050년까지 서식지를 일부라도 잃게 될 육상 야생동물이 9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리즈대와 옥스포드대 공동연구팀은 25일 <네이처 지속가능성>에 게재한 논문(DOI: 10.1038/s41893-020-00656-5)에서 “식량산업이 신속한 변혁을 꾀하고 사람들이 먹거리와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향후 몇십년 안에 광범위한 생물 다양성 상실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전 지구를 1.5×1.5㎞(2.25㎢)의 격자로 세밀하게 나눠 식량 체계가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 분석했다. 연구 결과 세계 곡물생산 면적은 2010년에 비해 2050년에 26%(335만㎢)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웨스트아프리카, 리프트밸리(동아프리카 지구대), 사헬 남부 등 서브사하라 아프리카 지역의 농지 확장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고 중남미 지역이 뒤를 이었다. 반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와 북부아시아(러시아 남부와 벨라루스 동부)에서는 인구 감소와 생산성 향상으로 경작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또 이런 농업 팽창이 초래할 육상 야생동물 1만9859종(양서류 4003종, 조류 1만895종, 포유류 4961종)의 서식지 환경 변화도 예측했다. 분석 결과 2050년까지 전체 동물의 87.7%(1만7409종)가 일부 서식지를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6.3%만이 변동 없고, 6.0%는 늘어날 것으로 나왔다.
특히 전체의 6.4%(1280종)는 25% 이상의 서식지를 상실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동물 가운데 980종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위기종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다. 347종은 서식지의 50%, 96종은 75%, 33종은 90%를 상실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들 가운데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는 경우는 각각 34%, 52%, 55%뿐이다.
“농업격차 해소 등 선제 대응하면 피해동물 2.6%로 줄어”
연구를 주도한 영국 리즈대의 데이비드 윌리엄스 교수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수백만㎢의 자연 서식지들이 2050년까지 사라질 것”이라며 “지구적 차원에서 자연을 살리려면 궁극적으로 우리가 먹는 것과 그것을 생산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논문의 또 다른 주저자인 옥스포드대 미래식량연구소 및 공중보건학과의 마이클 클라크 연구원은 “새로운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특정 생물 종들을 구제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는 등 전통적인 보존방법들도 필요하지만, 농업 팽창 같은 생물 다양성에 대한 본질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생물 다양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전략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세계 식량 생산성 격차 해소, 건강 식단으로의 전환, 식량 낭비와 음식쓰레기 줄이기, 식량 생산과 서식지 보호 균형을 맞춘 전 지구적 농지 이용 계획 등이다. 연구팀은 네 가지 전략을 동시에 잘 결합해 추진하면 2050년까지 세계 농지는 2010년에 비해 340만㎢, 현재 상태가 유지됐을 때와 견줘 670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선제 대응 전략이 실현되면 25% 이상의 서식지를 잃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이 1280종에서 33종(2.6%)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데도 대다수 종(81.6%)이 조금이라도 서식지 상실을 겪을 것이기에 기존의 생물 다양성 보존 활동도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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