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미세먼지측정소에서 한 연구원이 미세먼지를 포집해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미세먼지 속에 들어 있는 방사성 물질로 미세먼지 발원지를 추적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은 21일 “미세먼지 안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을 분석해 해당 미세먼지의 오염원을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했다”고 밝혔다.
원자력연 하나로이용부 김지석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하나로 중성자빔장치를 이용해 중성자 방사화 분석법으로 베릴륨(Be)-7과 납(Pb)-214, 납-212 등 5종의 극미량 방사성 핵종을 분석했다. 중성자 방사화 분석법은 어떤 물질에 중성자를 쬐어 방사성동위원소로 변화시킨 뒤 방출하는 감마선을 측정해 특정 원소의 양을 조사하는 방법이다. 원자력연은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미세먼지에 포함된 60여종의 원소 가운데 40개 핵종을 분석해냈다.
베릴륨-7은 공기중 질소가 태양광이나 초신성(슈퍼노바) 등에서 날아오는 우주선에 부서지는 과정에 생성되는 원소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상당수는 장거리 이동을 위해 높은 고도에서 떠돌다 내려오는 것이어서 베릴늄-7을 다량 함유할 가능성이 높다. 장거리 미세먼지는 1000∼5000미터 상공으로 이동해 기류를 타고 국내로 유입되는데, 이때 베릴늄-7 양도 증가하기 때문에 ‘원산지’ 추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납-214와 납-212 핵종은 반감기가 몇 분∼몇 시간이어서, 이동에 하루 이상 걸리는 국내 유입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만약 이들 납 동위원소 함유량이 적다면 국내보다는 국외 미세먼지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지석 선임연구원이 포집한 미세먼지 시료의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김지석 선임연구원은 “이들 핵종이 미세먼지 오염원을 추적하는 마커로서 작용할 수 있는지 검증 연구에 들어갔다. 연간 자료를 비교하고 다른 분석법과 교차 확인 작업도 필요해 실제 미세먼지 마커로 활용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자력연은 이 기술을 이용해 서울과 대전에 독자적인 미세먼지 측정소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연구팀은 측정소에서 포집한 미세먼지 안에 포함된 여러 물질의 자료를 모으고 미세먼지 기원을 밝히는 분석 작업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