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균
연세대 김지현 교수 연구팀 성과
전과정 컴퓨터 시뮬레이션 재구성
전과정 컴퓨터 시뮬레이션 재구성
우리 장 안에서 서식하는 대장균(사진) 가운데 K-12라는 균주는 1946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노벨상 수상자인 조슈아 레더버그 박사 실험실에서 재탄생했다. 25년 전 이 대학에서 처음 발견돼 학생 실습용으로 쓰이던 균주가 암수 변이체를 결합시키면 최소한의 영양만 공급하는 배지에서도 잘 자라는 균주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K-12는 이를 발견한 학생의 자리 번호라는 설, 미국의 교육제도에서 따왔다는 설, 단지 대학의 균주 관리번호였다는 설 등 이름의 유래만큼이나 단백질과 효소 생산 등 균주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K-12처럼 유용한 ‘세포공장’으로 쓰이는 대장균에는 B균주도 있다. 대장균이 키우기와 다루기가 쉬워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고 활용해온 모델 생명체 중의 하나로 꼽히지만, 사실 대장균과 관련한 대부분의 지식은 이 두 균주로부터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두 균주의 유전체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유전자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유용한 ‘황금알’을 낳는지 핵심 매뉴얼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45) 교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윤성호(40) 선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이상엽(47) 특훈교수 연구팀과 함께 대장균 B와 K-12 두 종의 유전체(게놈), 전사체(트랜스크립톰), 단백체(프로테옴), 형질체(피놈) 등 각종 생체정보(오믹스)를 바탕으로 대사 과정 설계도를 해독한 뒤 컴퓨터 모델링으로 재구성해 두 균주의 특성을 재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유전자 암호(디엔에이)가 메신저아르엔에이(mRNA)로 복사(전사)돼 단백질 공장(리보솜)에 전달되고 여기서 만들어진 단백질들이 각종 대사 회로를 통해 여러 생명현상(형질)으로 나타나는 전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구성해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23일 밝혔다.
대장균 등 미생물은 자기 생존을 위해 진화해왔기 때문에 인간에게 필요한 유용물질 생산에 이용하려면 개량을 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미생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무작위적으로 유전자를 변형시켜보거나 망가뜨려 결과를 비교해보는 ‘시행착오 방식’을 써왔다. 그러나 이런 융단폭격식 전략은 유용물질 생산과 관계없는 유전자까지도 망가뜨리는 한계가 있다. 금광석을 부서뜨려 사금을 찾는 더딘 작업을 하는데 불순물까지 끼어드는 셈이다. 생명공학의 발달로 각종 오믹스 정보들이 확보된 지금에는 이들 정보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밝히기만 하면 ‘세포공장’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각종 오믹스를 통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균주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여러 정보들을 비교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대장균 B가 K-12에 비해 단백질분해효소 유전자 개수는 적고, 아미노산 생합성 유전자는 더 많아 재조합 단백질 생산공장으로 더 효율이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을 밖으로 내보내는 단백질 분비 시스템을 만드는 유전자 세트를 B균주는 2개를 가지고 있는 반면 K-12에는 하나밖에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 출고 장치가 2개 있으니 제품 생산에 유리한 것이다. 김지현 교수는 “B균주의 유전체 서열을 보면 세포 외벽 구성성분인 당지질과 오(O) 다당류를 만드는 효소 유전자가 상당부분 망가져 있어 생산된 단백질의 외벽 통과가 더 용이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활용된 대장균 B와 K-12의 모든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돼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정보로 바뀌는지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는 디엔에이칩을 만들어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고효율 맞춤형 세포공장 개발에 청사진을 제공할 기초 매뉴얼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지놈(게놈)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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