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도 태풍처럼 예보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국내 연구진이 자연 방사성 기체인 ‘토론’(Rn-220)이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전조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규범(사진) 교수 연구팀은 15일 “2010년 5월부터 2011년 7월까지 1년 남짓 경북 울진군 성류굴에서 라돈(Rn-222)과 토론을 1시간 단위로 측정해보니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기 한달 전인 2월에 라돈과 토론의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라돈은 천연 우라늄(U-238)이 몇차례 방사성 붕괴를 한 뒤 변한 어미 핵종 라듐(Ra-226)에서 생성되는 무색·무미·무취의 방사성 불활성 기체로, 일본 고베 지진이 발생하기 전 농도가 증가하는 등 지진의 전조 현상을 보이는 물질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라돈은 반감기가 3.8일로 비교적 길어 여름철에는 공기의 확산 등에 의해서도 농도가 높아져 지진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토론은 반감기가 56초로 짧고 라돈과 달리 겨울철에 오히려 대기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여 라돈과 토론 두 기체의 농도를 동시에 측정하면 지진의 전조를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토론은 탈륨(Th-232)이 방사성 붕괴한 뒤 어미 핵종 라듐(Ra-224)에서 생성되는 라돈의 방사성 동위원소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이들 기체의 농도가 증가하는 것은 지구 내부의 불안정한 상태로 스트레스가 쌓여 지질 구조가 미세하게 뒤틀리며 이산화탄소 등과 함께 이들 기체가 분출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네이처출판그룹이 발간하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8월13일치에 실렸으며, 물리학 전문지 <피직스 월드> 8월26일치에도 소개됐다.
김규범 교수는 “앞으로 휴대용 소형 인공동굴(체임버)을 만들어 지구의 다양한 지역에서 토론-라돈 전조를 모니터링하면 태풍처럼 지진도 예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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