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고성능 바이오나노 전자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기초과학연), 서울대 공동연구팀은 12일 “그래핀으로 만든 전자회로와 여러 종류의 인간 후각 수용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냄새를 한 번에 인지할 수 있는 인공후각 재현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간의 감각 가운데 후각은 수많은 후각 신경세포에 의해 발생한 신경신호의 조합에 의해 이뤄지는 매우 복잡한 원리로 작동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냄새 물질 분자가 몸속의 특정 후각 수용체와 결합하고, 이 정보가 후각신경세포에서 신경신호로 바뀌어 인간 뇌의 후각신경구에 모인 뒤 대뇌로 보내지면 우리는 냄새를 인식한다.
연구팀은 우선 그래핀을 이용해 실리콘 기판 위에 아주 미세한 채널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또 인간 후각 수용체를 대장균 시스템을 이용해 대량 생산했다. 보통 후각 수용체는 세포막에 발현돼 있는 막 단백질로 소수성(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이 강해 대장균을 이용한 생산이 어렵다. 하지만 연구팀은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복제해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으로 대장균 시스템에서도 대량 발현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생산된 후각 수용체를 분리 정제한 뒤 그래핀 트랜지스터와 결합해 전자코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성과가 유독가스처럼 인체에 해를 끼치는 냄새물질을 감지하고 암 등 질병에 걸린 사람의 호흡이나 소변에 포함된 특정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인지해 질병을 검진하거나 식품·향수를 감별하고 마약·생화학무기를 검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미래에는 인간 후각의 코드화를 통한 향기 나는 영상 등 첨단 기술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의 연구성과는 나노과학 분야의 유명 학술지 <나노레터스>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생명연의 권오석 전임연구원과 기초과학연의 송현석 선임연구원, 삼성전자의 박선주 책임연구원, 서울대 장정식·박태현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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