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트 연구팀이 기존 전지보다 효율이 2배 이상 높은 리튬금속-이온전지를 개발해 드론 등 무인이동체의 성능을 향상시킬 돌파구를 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국 연구진이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효율이 2배 이상 향상된 리튬금속-이온전지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키스트)는 24일 “에너지저장연구단 조원일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보다 2배 이상이면서 1200회 이상을 충·방전해도 초기 성능을 80% 이상 유지하는 리튬금속-이온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에너지밀도란 단위 부피 또는 무게당 저장되는 에너지 크기로 전지의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 25일(한국시각)치 온라인판에 게재된다.
리튬이온전지는 에너지밀도가 낮고 수명이 짧아 드론 등 무인이동체에 사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튬이온전지의 흑연 음극을 리튬금속으로 대체한 리튬금속-이온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리튬금속-이온전지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이론상 에너지용량이 10배 이상 크지만 리튬금속의 높은 반응성 때문에 폭발하거나 수명이 단축되는 단점이 있다. 이것은 금속표면에 덴트라이트(dendrite)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덴드라이트는 금속 표면 어느 한 부분에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을 말하는데, 전극의 부피를 팽창시키거나 전극과 전해질 사이에 반응을 일으켜 위험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있다.
키스트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리튬금속-이온전지는 기존 기술로 제작했을 때보다 수명이 3배 이상 늘어났다. 키스트 제공
연구팀은 덴드라이트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그래핀계 나노소재를 리튬금속 표면에 고르게 뿌림으로써 ‘랭뮤어-블라젯 인조 고체-전해질 계면상’이라는 인조 보호막을 입혔다. 또 양자역학 계산을 활용해 전해질 배합에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인조 보호막과 최적의 전해질 배합을 통해 만든 리튬금속-이온전지는 1200회 이상을 충·방전해도 초기 성능의 80% 이상이 유지됐다. 또 상용화된 리튬이온전지 수준으로 리튬금속의 양을 줄여도 2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했다.
조원일 책임연구원은 “리튬이온전지가 지닌 에너지 저장능력의 한계를 넘어서 고용량·고수명 전지를 제조할 수 있게 됐다. 리튬금속-이온전지를 비롯해 리튬-황전지, 리튬-공기전지 등 차세대 전지 개발에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드론, 자율주행차, 무인잠수정 등 무인이동체 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 파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