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달 궤도선이 지구를 출발해 달 주변 궤도를 도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2년 달 상공으로 위성을 보내 1년간 지표면 사진 등 다양한 연구 정보를 얻으려는 정부의 달 궤도선 사업과 관련해 지난 9월 궤도선의 달 공전 궤도를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바꾸겠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핵심 사업 파트너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쪽이 지속적으로 ‘수용 불가’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본격화 뒤 수정을 거듭해온 달 궤도선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와 연구 책임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에서 제공받아 1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존 귀디 첨단탐사시스템 부국장 등 나사 관계자들은 지난달 16~17일 한국을 찾아 항우연 쪽을 접촉한 자리에서 과기부가 전달에 발표한 달 궤도선의 궤도 변경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형 궤도’ 보장 방안을 찾을 것을 요구했다. 앞서 과기부는 지난 9월10일 궤도선 발사 시기를 2020년 12월에서 2022년 7월로 늦추고, 궤도선의 중량 증가를 이유로 달 공전 궤도를 고도 100㎞ 원형에서 타원형(고도 100㎞×300㎞)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은 ‘달 탐사 사업 주요계획 변경(안)’을 내놨다. 나사는 한국 궤도선에 카메라를 탑재해 달 남극 정보를 얻는 대신 항우연이 궤도선과 실시간 통신하는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중요 사업파트너다.
나사는 과기부 발표 당일 항우연에 보낸 기술검토 보고서에서도 “새 궤도로는 나사의 탑재체가 최소한의 과학적 성과를 얻을 수 없다”고 분명하게 지적했다. 앞서 항우연 쪽에서 궤도 변경 가능성을 전해 들은 나사는 8월27일 열린 고위급 전화회의에서도 “달에서의 임무는 1년 원형 궤도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과기부가 핵심 사업파트너인 나사 쪽과 합의도 없이 사업 변경 내용을 발표한 셈이다.
나사 관계자들은 지난달 항우연 쪽과의 만남에서 궤도선이 지구를 출발해 달까지 가는 궤적을 바꿔서라도 원형 궤도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항우연 쪽은 오는 19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에서 나사 쪽을 만나 추가 협의에 나설 계획이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항우연 소속 한 연구자는 “나사가 말한 궤적 변경은 난이도가 몇배로 높아져 국내 독자 기술로는 추진하기 매우 어렵다”며 “그러나 나사 쪽은 궤적을 포함한 사업 설계는 한국의 몫이며 나사는 관여, 즉 지원하지 않는다는 서면 입장을 2주 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철희 의원은 “항우연의 무능과 과기부의 안이한 대처로 우주 탐사 사업이 표류하다 못해 국제 망신을 초래하는 지경이다. 예산을 보류하고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과기부와 항우연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달 탐사 전체 사업비는 1978억원으로, 과기부는 9월 발표 뒤 288억원을 증액 신청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9월10일 발표 내용은) 궤도 변경을 확정했다는 게 아니라 나사와 논의해보겠다는 뜻이었다”며 “나사 쪽과 궤적 변경을 비롯한 기술지원 문제를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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