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빠! 마스크 쓰고 가.”
현관문을 나서는데 딸이 소리친다. 전 같으면 “말이 짧네. 게다가 명령 투야”라고 한마디 했겠지만, 오늘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얌전히 마스크를 빼 들고 나선다. 고맙다.
기업 홍보실을 찾았는데, 직원이 차 대신 홍삼 한 봉지를 건네며 “홍삼이 면역력을 높여준다네요”라고 한다. 전 같으면 “늙은 기자라고 놀리면 벌 받습니다” 식으로 대꾸했겠지만, 오늘은 허리까지 숙이며 두 손으로 받는다. 마음 써주는 게 감사하다.
옛말에 큰병을 앓고 나면 마음이 바뀐다고 했던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겪으면서 평소 무심히 넘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게 새삼 고맙게 다가온다. 직업상 “뭔가 속내가 있을 거야”, “마케팅전략이겠지”라는 식으로 삐딱하게 볼 때가 많았는데, 요즘은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카카오톡’이란 게 있어 고맙다. 덕분에 격리 상태, 재택근무 없이 소외감 없이 잘 견딜 수 있었다. 티빙·웨이브·왓챠·넷플릭스·멜론 같은 영화·드라마·음악 서비스가 있어 고맙다. 덕분에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따른 ‘집콕’ 생활이 심심하지 않았다. 추억의 영화와 드라마 등을 찾아보고, 음악을 들으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이버·다음 같은 포털, 쿠팡·11번가·위메프 같은 온라인쇼핑몰도 삶의 질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통신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고,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게 감사했다. 얼마 전 유럽연합이 넷플릭스에 동영상 실시간 재생 화질을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통신망 과부하로 인터넷 서비스가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통신망 상황은 어떤지 궁금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책담당자한테 물었더니 끄떡없단다. 이를 전한 ‘한겨레’ 기사에 ‘우리나라가 통신 강국이라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미처 몰랐다’는 댓글이 달렸다.
우리나라가 통신 강국이라는 점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데 큰 밑천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과 집콕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이용과 재택근무·원격수업·화상회의 등이 대중화했다. 한결같이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이템들이다. 누가 무슨 시도를 해도 통신망이 버텨준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