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선 시민들. 아마추어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마스크 판매약국 위치와 재고물량 안내 앱들이 잇따라 나와 불편을 덜어줬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어떻게 하면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생필품과 의료서비스를 비대면(언택트)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로 침체된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되살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맞벌이 가정과 재택근무자가 돌봄·공동육아 서비스 등을 통해 교육·육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결같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불거진 숙제들이다. 생활 속 내지 지역사회 문제여서 ‘한국형 뉴딜’ 같은 국가 전략에 담기엔 너무 깨알 같다. 해답이 개인·지역별로 차별화돼야 한다는 특징도 있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
정부가 고민 끝에 시민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방식의 해결 방법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동으로 ‘2020년 국민 생활문제 해결 솔·직 챌린지’(이하 솔직 챌린지)를 추진한다. ‘솔·직’이란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해줄 정보통신기술(ICT) 솔루션을 시민이 직접 개발한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 남철기 디지털콘텐츠과장은 “디지털강국 시민답게 직접 해결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대란’을 잠재운 데서 이미 저력이 확인됐다. 우리 사회의 정보통신기술 솔루션 개발·활용·적응 능력을 높이면서, 이를 기반으로 생활 속 불편과 지역사회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게 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솔·직 챌린지는 모바일 앱, 가상·증강현실(VR·AR),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같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생활 속 불편사항이나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직접 개발해 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모전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시민들이 마스크 판매처별 재고 알림 애플리케이션 자발적으로 개발·공개해 마스크 구입 불편을 해소한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대학생과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마스크 판매처의 위치와 재고량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지금도 150여개가 서비스 중이다. 남철기 과장은 “정부가 과제와 예산을 주고 개발을 맡기는 방식에 견줘, 챌린지 방식은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개인·지역사회 맞춤형 서비스를 짧은 시간에 다양하게 등장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솔·직 챌린지 주제는 ‘정보통신기술 솔루션으로 대비하는 슬기로운 포스트코로나 생활’이다. 과기정통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등으로 일상의 모습이 바뀌고,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권익위가 지난 1월20일부터 5월5일 사이 접수된 민원 10만3117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2월에는 방역대책 관련 민원이 56.1%로 가장 많았으나, 3월 이후에는 생활 속 불편과 피해 구제 관련 내용이 56.7%로 더 많아졌다.
지정 과제로는 교육·육아, 돌봄, 생활·문화 등 3개가 주어졌다. 교육·육아에선 사회적 격리에 따른 교육·육아 부담을 줄이는 방법, 돌봄에선 취약가정·어르신·장애인 등 소회계층의 생활을 돕는 방법, 생활·문화에선 비대면 환경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문화·여가를 즐기는 방법을 각각 찾는다. 이와 별도로 포스트코로나와 관련한 지역사회 이슈나 생활 속 불편사항을 골라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해결책을 내도 된다.
누구나 개인 혹은 단체로 참가할 수 있다. 응모작은 6월1일부터 8월14일까지 솔직 챌린지 누리집(www.ictchallenge.kr·문의전화 043-931-5672)에서 접수한다. 사회적 가치와 효과, 창의성, 기술 완성도 등을 잣대로 평가하며, 과기정통부장관상(상금 5천만원)·국민권익위원장상(3천만원)·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상(2천만원)·단체장상(1천만원)을 시상하고, 수상작은 사업화를 지원한다. 과기정통부 송경희 소프트웨어정책관은 “코로나19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 일상과 사회구조 속에서 디지털 기술이야말로 시민들이 생활 속 불편과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0 콜 포 코드(Call for Code) 한국 해커톤’ 홍보물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한국아이비엠(IBM)과 공동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 챌린지를 진행한다. 4차산업혁명 기술과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앱 개발 경진대회 ‘2020 콜 포 코드(Call for Code) 한국 해커톤’(developer.ibm.com/kr/callforcode/hackathon)을 6월12일부터 무박 2일 일정으로 연다. 주제는 ‘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 대응’이다.
디지털 뉴딜 아이디어도 공모
“디지털 뉴딜 아이디어를 구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판 뉴딜’ 가운데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대한 민간 아이디어를 구한다. 어떤 일을 벌여야 국가 발전과 삶의 질에 도움이 되면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진수 정보통신정책과장은 “정부 발굴 과제 외에 민간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수렴해 사업 계획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경기 침체 상황을 경제구조 고도화 및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기회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민·관이 함께 해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정보통신신산업진흥원 누리집(nipa.kr)에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뒤 이메일(
newdeal@nipa.kr)로 보내면 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