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 비가 쏟아지는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동상 앞을 우산을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해 제주에서는 6월10일 첫 장맛비가 내렸다. 기상청이 전국 규모의 과학적 기상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3년 이래 가장 이른 장마로 기록됐다. 반면 올해는 27일 현재까지 제주 지역에서도 장맛비가 오지 않아, 기상통계 49년 동안 제주 지역의 가장 늦은 장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제주도에서 장마가 가장 늦은 해는 2019년으로 6월26일 시작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가장 이른 장마 및 역대 가장 긴 장마의 원인과 올해 평년보다 늦은 ‘지각장마’ 모두 우리나라 북쪽에 고기압이 정체해 있는 ‘블로킹’ 현상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로킹은 중위도 지역에서 5㎞ 상층의 공기 흐름이 정체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은 약해지고 남북으로 부는 바람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중위도 상층 대기에서 고위도는 기압이 낮고 저위도는 기압이 높아 등고선과 나란히 편서풍이 분다. 하지만 고위도에 기압이 높아지거나, 저위도에 기압이 낮아지면 블로킹 현상이 발생한다. 블로킹은 폭염과 한파, 집중호우 등 위험기상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로킹의 발생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기후모델(프로그램)에 의한 예측이 쉽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북쪽에 형성된 고기압이 정체돼(블로킹) 차고 건조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소나기가 자주 내리고 정체전선이 북상하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최근 동아시아 기압계를 보면 북쪽에 공기가 부풀어진 기압능이 생겨 공기가 동서방향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뱀처럼 남북으로 사행하고 있다. 미국 서부에서부터 북태평양의 베링해, 우리나라 북쪽까지 저지블로킹이 형성돼 사이사이에 분포하는 저기압들이 동쪽으로 이동해가는 속도가 느리고 정체해 있다”고 설명했다. 우 분석관은 “여기에 서쪽에서 발달하고 있는 티베트고기압의 북쪽 사면에서 형성된 강한 바람이 찬공기를 우리나라 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정체전선이 제주도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본격적인 장마는 7월에 들어서야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제주의 가장 이른 장마와 중부의 역대 가장 긴 장마 현상을 일으킨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지난해에도 비슷한 위치에 블로킹이 형성됐지만 반대의 현상이 빚어졌다. 지난해 장마는 중부지방에서 6월24일 시작돼 8월16일까지 54일 동안 이어져 역대 가장 긴 기록을 남겼다. 기상청은 장마가 길어진 원인에 대해 ”시베리아 이상고온으로 우리나라 주변에 블로킹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편서풍이 약해지고 북쪽으로부터 찬 공기의 유입이 잦아졌다.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확장이 지연되면서 우리나라 부근에서 정체전선이 지속적으로 활성화해 장마철이 길게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상청은 27일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낮에는 강한 햇볕에 의해 공기가 달궈지는 데다 남쪽에서는 지속적으로 습윤한 공기가 유입돼 29일까지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오는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하지만 최근 내리는 소나기는 비가 그친 뒤 선선해지고 특정 시간대에 내리는 것이 아닌 데에다 점조직 형태로 게릴라식으로 내린다는 점에서 아열대 지역의 스콜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스콜은 오후 시간대에 남북으로 폭이 좁은 선형으로 내리는 비로 그친 뒤에도 기온 변동이 거의 없다.
기상청 박이형 통보관은 “기후모델들이 이번주 주말께 정체전선이 우리나라로 북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으나 제5호 태풍 ‘참피’가 27일 밤 온대저기압으로 소멸한 뒤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여부와 크기에 따라 유동적이다. 밤 사이 기압계 변동을 분석해보면 28일 오전에는 좀더 정확한 예측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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