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중위해체공대위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2050 탄소중립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위원회 해체와 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탄중위해체공대위 제공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일반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출범시킨 ‘탄소중립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에서 시민들에게 기밀유지 서약을 제창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탄중위 쪽은 “관행·선언적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탄중위의 ‘깜깜이’ 공론화 과정을 비판해 온 기후·환경운동가들은 시민회의 활동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기후청년들도 탄중위에 적극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라고 요구하는 등 탄중위 활동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탄소중립위원회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탄중위가 시민회의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탄중위에서 기밀유지 서약을 제창하도록 요구했다고 9일 밝혔다. <한겨레> 취재 결과 시민회의 출범식이 온라인으로 열린 지난달 7일 탄중위는 참여시민들에게 “업무상 알게 된 공익 관련 기밀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문구가 포함된 5가지 서약을 제창하자고 제안했다.
9일 윤순진 민간위원장은 <한겨레>에 “안전장치 정도”였다며 “신고리 5·6호기 때는 (공론화 과정에서) 참여하는 모든 시민으로부터 윤리보안 서약서를 받았다. 탄중위도 만약의 상황을 고려해 넣은 서약이고, (탄중위 출범 전 기후 관련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규정을 그대로 원용한 것이다. 아직 (시민들에게) 추가로 기밀 유지를 요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공론화 과정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과도했다는 지적이다.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론화 취지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자는 것인데 보안이나 기밀 서약을 강조하면 공론화 취지에 안 맞게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동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도 “탄소중립 관련 쟁점을 숙의하는 과정이라면 원전과 달리 기밀 유지 각서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탄중위의 소통방식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쌓여왔다. 국민을 대표하는 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약 2년 동안 토의를 이어가는 시민회의는 탄중위가 내세운 대표적 소통방식이다. 그러나 시민회의에서 도출되는 결론이 탄소중립 논의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공대위까지 꾸려졌다.
탄중위 국민소통분과의 한 위원은 “탄중위 내부에서도 시민회의의 역할이 무엇인지, 여기서 나온 결론을 탄중위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뚜렷한 답을 알지 못한다”라며 “공대위에 참여하는 일부 기후·환경운동가들이 ‘깜깜이’라고 비판하는 지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탄중위원은 “현재 구성된 시민회의가 탄중위의 최종 결론에 앞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을 도구화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중위는 시민회의 역할에 대해, 탄중위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시민들이 정부가 고민하는 여러 기후위기 대응 과제의 수용성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성이 낮다면 개선 방법을 찾아 시나리오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해왔다. 또 보안·행정상의 이유로 홈페이지 구축이 마무리되지 않아 일반 시민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월께 확정하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에 시민들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는 건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시민회의는 11~12일 온라인으로 대토론회를 진행한다. 시민들은 탄중위가 공개한 3개 시나리오별 차이를 두드러지게 한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등 국가 에너지원 개선 △친환경차 전환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률 제고 △노동자 등을 위한 정의로운 경제·사회 전환 등 8개 쟁점을 두고 50개 조별(10명씩)로 토론한다는 계획이다. 탄중위의 주제별 발표는 공개되지만, 시민들의 숙의 과정이나 설문조사 결과는 비공개다.
9일 오후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청년단체들을 중심으로 모인 ‘2040기후중립청년제안’이 시민사회·단체의 연명을 받은 ‘대한민국 2040년 기후중립 시나리오’를 에너지전환포럼 공간 1.5에서 발표했다. 2040기후중립청년제안 제공
한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청년단체 8곳은 이날 2040년까지 탄소중립,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최소 60%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설정할 것을 요구하는 자체 분석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23일 탄중위에 해당 시나리오를 제출했으나 주요하게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소진 빅웨이브 활동가는 “탄중위는 의사결정권과 실행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후위기 대응 책임을 다음 세대로 전가하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더욱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리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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