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해 3월19일 꿀벌 한 마리가 경기도 수원시 세계문화유산 화성 창룡문 인근에 핀 매화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도, 태풍도, 장마도 심하지 않았던 지난해 연평균기온이 역대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3월과 11월 어느 달이라도 기온이 조금만 올라도 아열대기후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됐다.
3일 기상청이 운용하는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평균기온은 13.3도로 1973년 이래 두번째로 높았다. 역대 1위는 2016년(13.4도)이다. 1973년은 기상청이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해이다. 기상청은 ”다만 과거 평년 통계방식(45개 지점)대로 분석하면 지난해와 2016년 모두 연평균기온이 13.6도로 똑같이 나온다”고 밝혔다.
기상청 45개 관측 지점 통계임. 자료=기상자료개방포털
이 통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의 최고기온 평균은 19.0도로, 2019년과 함께 역대 1위였으며, 최저기온 평균은 8.9도로 2016년(9.0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폭염일수는 11.8일로 역대 18위를 기록했다. 역대 1위인 2018년(31일)의 38%에 불과하다. 열대야 일수도 5.5일로 역대 22위였다. 역대 1위인 1994년(16.8일)의 33%에 지나지 않는다. 또 계절별로도 봄철 평균기온은 역대 4위, 여름은 11위, 가을은 5위였다. 영향 태풍도 3개로 2020년 4개와 2019년 7개에 비해 적었다.
기상청 45개 관측 지점 통계임. 자료=기상자료개방포털
이상기후 현상이 거의 없었음에도 연평균기온이 높았던 것은 봄철의 이상기온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영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겨울철(12∼2월)과 인접한 3월과 11월 가운데 3월의 기온이 통상적으로 11월에 비해 더 낮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월 기온이 훨씬 높았는데, 이는 양의 북극진동이 진행되면서 북극 한기가 극지방에 갇혀 봄철 기온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은 월 평균기온이 8.9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는데, 역대 2위인 2018년(8.0도)에 견주면 1도가량 높다. 평년에 비해 기온이 현저히 낮거나 높은 극한현상인 이상고온 현상이 10일 가까이로, 전년도의 두 배였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3월 월평균기온이 9.0도, 11월은 8.2도여서 아열대기후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학계에서는 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달이 1년 가운데 8개 이상이면 아열대기후로 분류한다. 지난해 서울은 4∼10월 7개 달의 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이었다. 3월과 11월 가운데 어느 달이라도 이 조건을 충족하면 서울도 아열대기후로 진입하게 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