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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지구 나무 세어보니 모두 7만3천종…9천여종 새로 찾아내

등록 2022-02-02 12:24수정 2022-02-02 14:05

세계 90개국 100명 과학자 참여
튜링 개발한 통계기법으로 연구
남미 미발견·희귀종 ‘천국’ 입증
“삼림 보존 순위 결정에 도움”
과학자들은 많은 수종이 미처 기록되거나 명명되기도 전에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GFBI 제공
과학자들은 많은 수종이 미처 기록되거나 명명되기도 전에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GFBI 제공
세계 100여명의 과학자들이 수집한 방대한 삼림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목 종류는 7만3천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가운데 9200종은 미발견된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의 지난달 31일(현지시각)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팀은 “세계 수목 종류를 추산한 결과 현재 알려져 있는 것보다 14.3%가 더 많은 7만3247종으로 분석됐다. 미발견종은 개체수가 극히 적고 공간 분포가 제한돼 희귀한 것들로, 아직 기술되거나 명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DOI : 10.1073/pnas.2115329119) 우리나라에서는 김현석 서울대 교수가 연구팀에 참여했으며, 산림청이 연구를 지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와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를 역임한 로버트 엠 메이는 1994년 논문에서 “2044년까지 지구에 생존하는 생명 종의 수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절반가량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수종의 정확한 총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전 지구 수종 목록을 작성하려는 아이디어는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량징징 퍼듀대 교수가 제안했다. 그는 10년 전 서랍 속에서 미국 알래스카 나무에 대한 기록을 발견한 뒤 온라인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후 그는 세계 수종 목록 작성을 위한 제안서를 작성했다. 량 교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비웃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세계산림다양성계획(GFBI)의 대륙당 수종과 개체수. PNAS 제공
세계산림다양성계획(GFBI)의 대륙당 수종과 개체수. PNAS 제공
연구팀이 미발견 수종의 수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에니그마기계로 만든 독일 암호를 해독하려 수학자 앨런 튜링과 그의 조력자 어빙 존 굿이 개발한 암호 해독기술인 ‘굿-튜링 빈도 추정’이라는 통계기법이다. 대만의 통계학자 앤 차우는 이를 토대로 미발견종 추정을 위한 이론을 개발했고, 연구팀은 차우 이론을 관찰된 희귀종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미발견 수종의 존재를 추정하는 데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이 기법은 데이터베이스에서 한 번 또는 두 번만 감지된 종의 정보를 토대로 감지되지 않은 종의 수를 추정한다.

세계 100여명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연구팀은 전 지구 수종을 7만3천여종으로 추산해냈다. 픽사베이
세계 100여명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연구팀은 전 지구 수종을 7만3천여종으로 추산해냈다. 픽사베이
연구팀은 세계산림다양성계획(GFBI)과 트루체인지 등 두 가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수목 현황을 조사했다. 세계산림다양성계획에는 90개국에서 2만8192종 3800만그루의 나무가 기록돼 있다. 두 데이터베이스는 전 세계 수종을 6만4100종으로 산출했다.

세계산림다양성계획의 집행위원이기도 한 량 교수는 “각 데이터베이스는 누군가가 삼림지역으로 들어가 모든 나무를 관찰해 나무 종, 크기 및 기타 특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 세계에 있는 나무 종의 수를 세는 것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대륙간 수종 분포도. 수치는 고유종 추정 비율. PNAS 제공
대륙간 수종 분포도. 수치는 고유종 추정 비율. PNAS 제공
연구팀이 가장 보수적으로 추정한 지구상 수종의 총수는 7만3247종이었다. 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종이 약 9200종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발견 수종의 40%는 남미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희귀나무 8200종(전체의 49%)도 남미에 있는 등 이 지역이 세계 수목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특별하다는 점을 연구팀은 논문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발견종의 주요지점에는 아마존분지의 열대 및 아열대 우림뿐만 아니라 고도 1000~3500m 사이의 안데스숲도 포함된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피터 라이크 미국 미시건대 지구변화생물학연구소 소장은 “남미에는 기존에 알려진 2만7천종의 나무 외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4천여종이 더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고유종으로 아마존 분지와 안데스-아마존 경계에 있는 다양성 주요지점에 위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림 벌채와 산불, 기후변화 같은 인위적 영향으로 인한 열대 우림의 현 위기를 고려할 때 남미에서 삼림보존의 최우선 순위를 지정할 때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로베르토 카졸라 가티 이탈리아 볼로냐대 교수는 “수목의 풍부함과 다양성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은 생태계의 안정성과 기능을 보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량 교수는 “우리는 삼림을 탄소 저장소나 배출원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숲은 수만종의 수목과 훨씬 더 많은 동식물의 서식지로 인식돼야 한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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