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 남동부에 있는 글레이셔만국립공원·보존지구의 1899년 6월 사진(위)과 2004년 6월 사진(아래). 미국 콜로라도대 제공
미국 알래스카 남동부에 있는 글레이셔만국립공원·보존지구는 198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 이후 6년 뒤인 1986년 지구생태계보존지역으로, 다시 6년 뒤인 1992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잇따라 지정됐다.
글레이셔만은 1750년께만 해도 빙하로 꽉 채워져 있었다. 200종 이상의 어류, 22종 이상의 조류 외 갈색곰, 흑곰, 고래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생물다양성 보고이며,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도 전 지구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론 카필로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연구원 론 카필로는 2004년 6월27일 글레이셔만국립공원 안 리드빙하 사진을 촬영했다. 작은 배 하나가 물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풍경은 평화롭다. 수로 양쪽에는 푸른 나무와 관목이 덮여 있다. 하지만 카필로가 사진을 촬영한 같은 지점에서 100년쯤 전인 1899년 6월12일에 미국 지질조사국(USGS) 생물학자 그로브 칼 길버트가 찍은 사진을 보면, 거대한 빙하가 장막처럼 서 있고 수로 양쪽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다.
미국 알래스카 데날리국립공원의 1919년 8월31일 사진(위)과 2011년 7월20일 사진(아래). 미국 콜로라도대 제공
카필로는 알래스카에서 촬영한 과거 사진들을 들고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 황야 깊숙이까지 여행하며 이전에 사진가들이 촬영했던 정확한 지점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있다. 카필로의 목표는 기후변화가 빙하를 녹이고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자연 경관을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시키는지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카필로는 알래스카의 또 다른 보존지구인 데날리국립공원에서 역시 100여년 전에 미지질조사국 지질학자인 스티펀 리드 캅스가 사진을 찍은 정확한 지점을 찾아 촬영했다. 캅스가 1919년 8월31일에 찍은 사진은 산 전체가 거의 빙하로 덮여 있고 구릉에도 눈밭이 드물지 않은 데 비해, 2011년 7월20일 카필로가 찍은 사진을 보면 산에 빙하가 남아 있지 않고 구릉은 수풀로 덮여 있다.
미국과 캐나다 접경 칠쿠크 산길에서 1906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위)과 2014년 8월에 찍은 사진(아래). 미국 콜로라도대 제공
또 다른 사진은 미국과 캐나다 접경지점 121 북쪽의 칠쿠크 산길에서 촬영한 크레이터호수와 빙하들로, 1906년 늦은 여름에 찍은 사진과 2014년 8월5일 카필로가 찍은 사진을 비교해보면 칠쿠크 산길 양쪽의 빙하들이 심각하게 녹아 사라지고 호수의 높이도 변했다.
카필로는 “사람들한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빙하를 보여주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빙하는 사라지고 있고 무언가 변하고 있다. ‘반복 촬영’은 이를 입증하는 좋은 도구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들도 ‘반복 촬영’에 참여할 수 있다. 시민 자원봉사 과학도구인
크로노글로그(Chronoglog)는 시민들이 미국 전역과 해외 일부 지역의 지정 장소에서 반복적인 사진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정 장소에는 셰넌도어국립공원의 패스 마운트 전망대, 하와이의 케알리아폰드 국립야생동물보호구역, 워싱턴 D.C. 근처의 민물 조수 습지가 포함돼 있다. 일부 장소에는 휴대전화 거치대가 놓여 있어 방문자가 이전 사진작가가 사용했던 것과 똑같은 장면과 각도를 촬영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를 배치할 수 있게 해놓고 있다. 방문자가 크로노글로그 누리집에 업로드한 이미지는 시간 경과에 따른 변화를 보여주는 시간대별 사진집에 보태어진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