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동연구팀이 세계 빙하를 분석해보니 남미의 열대 안데스산맥에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얼음이 27%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다트머스대 제공
세계 빙하에 포함된 얼음이 기존 예측보다 훨씬 적어 해수면 상승 요인은 줄어든 반면 용융수 고갈 시기는 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다트머스대와 프랑스 환경지구과학연구소(IGE)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9일 “전 지구 빙하 98%의 두께를 컴퓨터 분석해보니,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해수면 상승이 이전에 추정했던 것보다 20% 낮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는 식수 등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빙하 용융수에 의존하고 있는 수백만명에게는 담수 공급의 한계가 예상보다 일찍 닥칠 수 있다는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38/s41561-021-00885-z)
지난해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WG1)는 “1901∼2018년 사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은 20㎝ 상승했는데 인간이 끼친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구 평균 해수면이 21세기 내내 상승할 것이 거의 확실하며 1995∼2014년 대비 2100년에는 매우 낮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SSP1-1.9)에서도 28∼55㎝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해수면 상승은 빙하와 빙상이 녹고 바다가 열팽창을 해 발생한다. 이 가운데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에 기여하는 부분은 25∼30%로 추정되지만 빙하가 머금고 있는 물의 총량은 얼음 두께 관측이 부족해 불분명한 상태다.
연구팀은 2017~2018년에 세계 21만5천여개의 빙하를 촬영한 위성영상 81만1천개를 토대로 컴퓨터 분석을 했다. 산악 빙하의 속도와 깊이를 측정해 이전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재구성을 했다. 논문 저자인 마티유 몰리헴 다트머스대 교수는 “보통 빙하가 여름에나 녹을 수 있는 단단한 얼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체 무게로 시럽처럼 계곡으로 흘러내린다. 빙하는 높은 고도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다 결국 물로 변하는데 이 움직임으로 빙하가 안에 품고 있는 얼음(물) 양을 추정할 수 있다”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빙하의 두께가 빙하를 움직이는 속도를 제어하기 때문에 빙하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안다면 두께를 추산할 수 있다. 프랑스 환경지구과학연구소는 영상 데이터를 10만 시간 이상 계산 처리했다.
파타고니아의 웁살라빙하의 움직임을 디지털 재구성한 영상. 진한 빨간색과 보라색은 빙하가 연간 최대 1.6㎞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을 나타낸다. 다트머스대 제공
연구팀은 영상을 토대로 장기적 추세를 분석해 현재의 얼음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여러 곳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열대 안데스산맥의 빙하 규모는 몇년 전 과학자들 사이에 합의를 이뤘던 추정치보다 27%가 작은 것으로 계산됐다. 러시아와 북부 아시아 지역의 빙하는 35%나 작았다. 세계 평균적으로는 11%가 줄었다.
하지만 히말라야 등 아시아 고원지대 빙하의 얼음은 오히려 37% 더 많았고, 파타고니아와 중앙 안데스산맥에도 10%가 더 많았다.
연구팀이 세계 빙하가 모두 녹았을 경우 해수면 상승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추정해보니 25.7±8.5㎝가 계산됐다. 이는 기존의 추정치 30㎝보다 20% 정도 적은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지 지구온난화가 재앙적 수준으로 진행돼 먼 미래에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이 녹아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과 비교하면 작은 양이다.
연구팀은 “세계 많은 지역의 빙하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얼음을 적게 품고 있어 빙하 용융수에 의존해 살아가는 수백만명의 사람들한테는 수자원 고갈 시점이 당겨질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