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에 최근 내린 폭우로 우한의 양쯔강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긴 정자 곁을 2020년 7월8일 주민들이 헤엄쳐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긴 장마가 기록된 2020년 여름, 중국에는 대홍수가 닥쳐 수백명의 사망자와 수천만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1998년 이래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한 원인은 코로나19 봉쇄에 의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급감이라는 연구 분석이 나왔다.
중국 난징대 연구팀은 21일 “2020년 중국 동부지역의 집중호우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비한 봉쇄 정책에 따라 온실가스가 급감하고 대기중 에어로졸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대기 시스템에 생긴 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규명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38/s41467-022-28537-9)
중국 동부 양쯔강 삼각주 지대에는 2020년 6∼7월 집중호우가 내려, 1961년 이래 41년 평균보다 79%가 많은 강수량이 기록됐다. 일부 과학자들은 홍수를 일으킨 원인으로 인도양의 극한 기상 상황을 지목하기도 했지만 난징대 연구팀은 온실가스와 에어로조 감소가 집중호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중국 동부지역의 2020년 6∼7월 일강수량과 1979∼2019년 평균 일강수량과의 편차(a)와 연도별 일강수량(b), 같은 기간 에어로졸 및 온실가스 농도(c,d).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석탄의 연소와 연관된 에어로졸은 대규모 폭풍의 발생을 줄여 강수량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통설이다. 에어로졸은 구름 형성과 강우량, 물순환 및 대기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 동부지역의 여름철 강수량은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 지역의 에어로졸 감소와 연관성이 깊다고 알려져왔다. 인간 유래의 에어로졸은 직접적으로는 태양복사를 분산시키고 간접적으로는 구름 응축핵으로 작동함으로써 대기 하층을 냉각시키고 안정화해 폭풍과 같은 중규모 대류시스템의 발생을 5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이는 중국 남부지역에서 4월 강수량을 줄이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모델실험을 통해 2020년에는 에어로졸 입자의 부재와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가 반대 효과 곧 강수량의 급증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인공위성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뒤 중국에서 산화질소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각각 49%, 12% 감소했다. 이는 1979~2019년 41년 동안의 감소폭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강수량이 줄기는커녕 크게 증가했다. 2020년 6∼7월 중국 동부 양쯔강 삼각주 지역의 경우 일강수량이 11.3㎜로, 41년 평균 6.3㎜보다 5.0㎜(79%) 증가했다.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양양 난징대 교수는 “에어로졸 감소에 따른 육지의 과열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소에 따른 해양의 과냉각도 동시에 일어났다. 이런 현상들이 여름철 육지와 해양의 온도 격차를 크게 만들어 남중국해와 필리핀해의 해수면 기압을 상승시키고, 강한 바람을 일으켜 중국 동부지역에 습한 공기를 몰아넣어 집중호우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온실가스와 달리 에어로졸의 변화와 그 영향은 선형적이지 않고 일정하지도 않다. 따라서 팬데믹 기간에 에어로졸의 작은 증가라도 지구시스템에 훨씬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처럼 각국 정부가 탈화석연료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해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배출이 줄어들면 2020년 중국이 겪었던 극한 기후를 촉발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양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조처로 2020년 초 온실가스가 극적으로 감소해 기후시스템의 여러 요소들에 즉각적이고 급작스러운 변화가 발생했다. 기후시스템의 이런 돌발적인 변화는 감축 정책에 따른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온실가스 감소로 인한 변화와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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