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강원 춘천시 우두동 온수지(농업용수 온도를 높이기 위해 임시로 물을 가두는 저수지)가 텅 비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겨울철 전국 강수량은 13.3㎜로 역대 가장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년 강수량의 15%도 채 안 되는 적은 양이다.
기상청은 7일 발표한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서 “지난 겨울철(2021년 12월∼2022년 2월) 전국 강수량은 13.3㎜로 1973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는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 강수량 89.0㎜보다 75.7㎜가 적은 것으로, 평년 대비율은 14.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1973년은 기상청이 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시기로, 현재 전국 평균값은 62개 지점 관측값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전국 평균 일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2월26일로 1.2㎜에 그쳤다. 또 강수일수도 11.7일로 평년(19.5일)보다 7.8일이 적어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수도권 지역 강수량은 17.9㎜로 평년(66.2㎜) 대비 27.0%를 기록한 반면 경남지역 강수량(3.1㎜)은 평년(102.1㎜) 대비 3.0%에 불과했다. 이번 산불이 집중됐던 경북 지역의 경우에도 겨울 내내 1㎜의 비도 오지 않은 지역이 수두룩했다. 안동과 영천의 겨울철 강수량은 0.1㎜에 그쳤고, 대구(0.2㎜), 의성(0.9㎜), 거창(0.8㎜) 등지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2021년 겨울철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고기압 영향 자주 받아”…일조시간 역대 1위
기상청은 “이번 겨울철은 저기압보다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맑은 날이 많았고 대륙고기압이 주기적으로 확장할 때 찬 공기가 해상을 지나면서 눈구름대가 만들어져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자주 내렸으나 양은 적었다”고 밝혔다. 강수량은 역대 최저인 반면 일조시간(605.5시간)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일반적으로 겨울철 저기압이 중국이나 서해상에서 생성돼 우리나라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공급하고 비를 뿌리지만, 이번 겨울철은 우리나라 주변을 지나는 저기압이 대기 상층 기압골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비나 눈의 양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겨울철 기압계 분석 자료를 보면, 동 시베리아에서 발달한 기압능과 연계된 찬 기압골이 동쪽으로 치우쳐 우리나라로 깊숙이 파고들지 않아 저기압이 우리나라 부근에서 전선을 동반한 저기압으로 발달하지 않았다. 지난 1일 한랭전선을 동반한 저기압에 의한 비가 전국에 내렸던 기압계가 겨울철에는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중국 남부지방에서 발생한 저기압은 우리나라로 북동진하지 못하고 대체로 일본 남쪽으로 동진해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 것도 겨울철 강수량 급감의 원인이라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이렇듯 저기압보다 고기압 영향을 많은 받은 해에는 대체로 강수량이 적었다. 이동성고기압 영향을 받은 2020년에는 겨울철 강수량이 47.8㎜로 역대 하위 7위를 기록했다. 대륙고기압 영향을 받은 2011년(42.2㎜)도 역대 하위 5위였다. 지난 겨울철(2021년)은 대륙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의 주기적 영향이 컸다고 기상청은 진단했다.
한편 지난 겨울철 전국 평균기온은 0.3도로 평년(0.5도)과 비슷했다. 기상청은 “대륙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평년보다 기온이 낮은 날과 높은 날이 짧은 주기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2월 상~중순에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따뜻한 날이 많았으나, 12월 하순에는 대륙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고 고도 5.5㎞ 상공의 대기에 영하 30도의 찬 공기가 유입돼 지난 겨울 가장 추운 기간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26일은 지난 겨울 가장 추운 날(전국 일평균기온 영하 8.4도)이었다. 2월 중·후반에는 중국 북부에서부터 오호츠크해까지 폭넓게 고도 5.5㎞ 상공에 찬 공기가 정체한 가운데 북서풍이 강해져 지난 겨울철 가장 긴 추위(2월15∼25일)가 이어졌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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