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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미국 80년 전 인종차별 ‘빨간선’이 만든 대기오염 불평등

등록 2022-03-11 16:26수정 2022-03-11 16:40

1930년대 주거지 4등급화…유색인종 주거지 ‘투자위험’ 분류
주택 모기지 등 차별뒤 땅값 떨어지며 오염원 공장 등 집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80년 전에 인종차별적 기준으로 주거지 등급을 ‘위험지역’으로 설정한 구역의 현재 대기오염 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2배 높은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은 1930년대 연방정부가 202개 도시에 차별적 대출평가를 통해 주거지 등급을 4단계로 나눈 곳의 2010년 대기오염 정도를 비교한 분석 논문을 미국화학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환경과학기술회보> 최근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11일(한국시각) “1930년대 연방 공무원들이 투자 위험지역이라고 ‘빨간선’으로 구분지어놓은 도시지역이 80년이 흐른 뒤 대기오염이 위험 수준으로 높아졌다. 과거 인종차별 정책이 오늘날 미국의 불평등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DOI : 10.1021/acs.estlett.1c01012)

1930년대 대공황이 닥치자 미국 연방정부 산하 주택소유자대출공사(HOLC)는 202개 도시의 구역을 부동산 투자의 위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눴다. 에이(A) 등급은 최상, 비(B)는 다소 유망, 시(C)는 유망하지 않음, 디(D)는 위험지역 등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지역별로 색깔을 달리 칠한 지도를 만들었다. 주택소유자대출공사 조사관들은 디 등급의 근거를 “외국에서 태어난, 흑인, 저등급 인구” 등 인종차별적 언어로 표현했다. 디 등급은 빨간선으로 구별됐다. 이 지역 주택에 대해서는 연방지원 대출이나 유리한 모기지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 인종차별적 제도는 1968년 불법화됐다.

빨간선이 그어진 지역은 당시 유망하게 평가된 지역에 비해 흑인과 라틴계, 아시안계 인구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은 이미 중공업 등 오염원이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등급 구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투자 부족으로 땅값이 싸지게 만들었고, 또다시 새로운 오염 사업 곧 값싼 땅이 필요한 고속도로와 같은 사업을 끌어들였다. 대표적인 예로 샌프란시스코 버클리와 오클랜드 안에 빨간선이 그어진 구역은 산업단지 가까이에 고속도로로 나뉘어 있는 저지대에 위치해 있다.

선행 연구에서 연구자들이 지난 2016년 등급별 지도를 디지털화한 뒤 여러 경향을 분석해보니, 빨간선의 디 구역은 상대적으로 녹지가 적고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포장구역이 많아 여름철 다른 지역에 비해 5도 더 뜨거웠다. 2019년 캘리포니아 8개 도시에 대한 연구에서는 빨간선 지역 주민들은 천식으로 응급실을 방문할 가능성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서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상세한 4등급 구역 지도와 2010년 이산화질소 및 초미세먼지(PM2.5) 농도, 2010년 인구총조사의 인종 분포 등을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디 등급 지역의 백인 외 인종 비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 또 에이 등급과 디 등급 사이의 이산화질소 농도 차이는 두 배에 이르렀다.

논문 제1저자인 환경토목공학과 대학원생 앨리 레인은 “빨간선 지역과 다른 등급 지역 사이의 대기오염 노출 차이가 백인과 유색인종 사이의 익히 알려진 노출 격차보다 더 크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교신저자인 조수아 앱트 교수는 “지역 격차는 특정 지역 곧 남부에서 더 심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격차가 전국 모든 지역에서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종차별적 정책의 역사는 미국 어떤 도시에도 매우 깊이 뿌리박혀 있다. 연구팀은 (특별한) 지역 이야기를 찾아 봤지만 그런 건 없었다”고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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