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강대교 인근 일부 지역이 얼었지만 공식적인 한강 결빙 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 기상청 제공
지난 겨울 한강이 2년 만에 또다시 얼지 않았다.
기상청은 15일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번 겨울 동안 한강에서 결빙이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17년 전인 1906년에 관측을 시작한 이래 한강 결빙이 관측되지 않은 해는 9번째이다. 한강 결빙 현상이 없었던 가장 최근 겨울은 2019년 때였다.
한강 결빙 관측 장소와 표지석. 기상청은 한강대교 2번째와 4번째 교각 상류 100m 부근의 띠 모양 구역이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야 한강 결빙으로 판단한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한강대교 2번째와 4번째 교각 상류 100m 부근의 띠 모양 구역이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강물이 보이지 않을 때 한강 결빙으로 판단한다. 1906년 당시 노량진(노들나루)이 한강 주요 나루여서 사람의 접근이 쉬운 데다 강을 건너기에 중요한 장소여서 관측 기준 지점으로 선정됐다. 결빙은 얼음으로 수면이 완전히 덮여 수면을 볼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얼음의 두께와는 상관없다. 기상청은 “올 겨울 한강은 관측장소 가운데 일부 결빙이 관측됐지만 관측장소 전체가 얼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최근 7년(2015∼2021년) 동안 한강 결빙 닷새 전부터 결빙일까지 서울 기온을 분석한 결과, 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날이 4~5일 지속될 때 한강 결빙 현상이 나타났다. 기상청은 “서울의 지난 겨울 기온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은 기온 분포를 보였다. 하지만 평년보다 기온이 낮은 날과 높은 날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면서 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날이 나흘 이상 지속된 날이 없어 한강이 완전히 결빙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9년 겨울에는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진 날 자체가 4일에 불과했다.
한강 첫 결빙일 추세를 보면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 첫 결빙일은 1월10일로 1906~1930년 평균보다 22일, 1931~1960년 평균보다 16일, 1961~1990년 평균보다 1일 늦어졌다. 기상청은 “1906년 이후 서울의 겨울철 평균 일최저기온은 상승 경향이 뚜렷한 반면 겨울철 일최저기온 영하 10도 이하 일수는 줄어들어 한강 결빙일이 늦어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강 결빙이 관측되지 않은 해는 1960, 1971, 1972, 1988, 1991, 2006, 2019, 2021년 등 모두 9차례였다. 한강 결빙은 가장 일렀던 때는 1934년(12월4일)이며 가장 늦었던 때는 1963년(2월13일)이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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